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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7.19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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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되길, 생각한다. 빌어줄 말을 더 떠올리지 못해 그저 잘 되길.

손목시계 아래 선득한 땀이 고이는 계절.

문득, 오랜 기억이 지층 아래에서 떠올라 불현듯 다가올 때가 있다. 아버지의 시신을 본 내가 죽음으로 그를 기억하고, 조부의 마지막을 보지못한 내가 영원한 삶으로 그를 떠올리듯. 언젠가 내가 조부에게 물었다. 내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냐고. 조부는 내가 그런 질문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하지만 누구도 내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음을 뒤늦게 알아차린 듯한- 지난 과거를 떠올릴때면 짓곤 하는 특유의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고, 역시나 조부 답게 직답을 피했다. 서너일 후, 내 잠자리를 정리해주던 조부가 평온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예쁜 사람이었다, 라고. 아무런 부연도 없는 단정적 어조에 나도 다른 것을 묻지 않았고, 한동안은 거리를 지나는 내 눈에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곤 했다. -예쁜 사람, 예쁜 사람.

내 미감은 조부와 책과 교육과 남자와 또래들에 의해 만들어져, 어떤 것들은 아주 유치하고 말도 안되게 장난스러우면서도 다른 어떤 것들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 콧대가 높아서. 이따금 나는 다른 이들의 미학을 험담하는 이들에 대한 이해가 힘들다. 누구에게나 같은 환경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손 닿는 것을 택하는 이들을 폄하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지.

나는 아직도 세계는 커녕 자신의 마을 바깥으로 발조차 내밀지 못하는 이들을 너무도 안다.

언제나 세계는 멋대로 참혹하고 멋대로 매혹적이라, 우리는 이토록의 공포과 경외를 안고 삶을 살아가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