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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vc
2017. 12. 21. 18:00
대화, 거리의 좁힘.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 함께 떠오르는 얼굴들이 내겐 그렇게 많지 않아, 어딜 가든 무언가 재미있는 것,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 얼굴들을 위해 덥석덥석 돈을 지불하곤 한다. 이 곳에서 오기 위한 짐을 챙길 때 한껏 쌓아둔 그들의 상미기간과 시간의 때가 묻은 흔적들을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종국에는 쓰레기가 될 것을 알지만, 결국 내 마음과 경애가 이런 소비인 것이라.
어딜 가든 입국심사장의 사람들은 내게 묻곤 한다. 짐은 그게 다니? 나는 조금은 곤란하고, 조금은 불편한 기분으로 응, 이게 다야. 라고.
이 시대의 부의 증명은 곧 공간.
더워 보여, 라는 말에 남자는 난 여기서 대학을 다녔어, 이를 드러내며 웃고. 몇십 년 전에 할아버지가 있던 공간이네, 내 혼잣말에 그 때 있던 가게들이 지금도 있을 거야, 내기해도 좋아. 라 돌아온 대꾸에 나는 새삼 나와 다른 나라를 이고 있는 남자를 실감한다. 아무런 부침을 겪지 않고 몇십, 몇백 년 동안 유지된 가게를 이르는 천진함.
예산의 정도에 따라 가장 격렬하게 달라지는 여행지를 나는 홍콩으로 꼽곤 한다. 장만옥의 무표정한 얼굴과 양조위, 왕가위에 반해 처음 방문했던 열아홉의 홍콩 - 볼 것이라고는 네온 사인과 낡은 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 과 스물아홉 - 어찌 일설로 - 의 홍콩은 명백히 다른 공간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