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Solo 봤고 Han 곁에 있는 Qi'ra의 존재 의미 대체 무엇?
모든 것에 반항하다 그 모든 구석에서 쫓겨나는 뻔하디 뻔한 남자'애'보다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간 Qi'ra의 단독 영화가 훨씬 근사해보였는데.
조연, 즉 어느 정도 모르는 구석이 있어야 흥미로운 케릭터를 굳이 주연으로 데려와 이야기를 부여하니 이미 결론지어진 케릭터답게 서사가 얄팍해질 수 밖에.
L3-37 진짜 미묘하더라. 디즈니답게 메타의 메타의 메타가 겹침.
무생물에 노골적인 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변태적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고. 그 음성과 행동거지로 인해 K-2SO를 당연히 대표 성, 즉 남성이라 여긴 나 자신을 좀 반성하기도.
아주 오랜 친구들과 만나 인터넷 없는 공간을 빌려 사흘쯤을 같이 보냈고, 그들도 나도 일 또는 세상과 관련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밥을 먹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내 호감을 기반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고분고분하게 구는 편이라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나를 바꿨다 큰소리를 내곤 하는데, 진짜 지금의 내 토대를 만들어준- 가출한 나를 잡아와 도서관에 앉혀놓고 독서실에 데려가고 문제집을 빌려주고 엎드린 내게 다시 연습장을 밀어넣으며 왜 공부를 하지 않냐고 버럭버럭 화를 내던, 이들은 나를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넌 진짜 눈치가 없었고, 지금도 딱히 눈치가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해. 눈치라는 건 일종의 알력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눈이랑 몸을 사릴 줄 아는 자센데. 그때 넌 어쨌든 여고였던 우리 학교에서 중성적인 걸로 눈길을 끄는 사람이었고 꽤 인기가 있는 편이었지. 네가 무슨 행동을 하든 이상하게 동경하는 애들도 많았었고. 화려하게 학교를 뒤집어놓고 다음달인가 자퇴했지. 넌 지금도 아 그랬어? 난 진짜 몰랐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네가 그만큼 관계에 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애들 틈에 섞이려는 의지나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았고, 그 관계에 얽매이지 않아도 넌 언제든 원하면 그걸 가질 수 있었으니까, 넌 그냥 몰랐다고, 그랬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그건 하지 않아도 됨, 이라는 권력이었던 거지. 너 학교 때려치고 알바할 때 애들이 거기 가서 몰래 보고 와서 얘기 꺼내고 했던 것도 모르지?
타인의 눈으로 내 과거를 읽어주는 걸 듣는 것도. 어쩐지 간지럽고 기이하고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먼, 이제는 완전히 대상화되어버린 과거의 누군가.
몰입과 집중도가 좋은 편으로 접하는 것들에게서 영향을 심하게 받는 나는 어느 정도 취향이 갖춰진 이후부터 아, 이건 안되겠는데. 싶은 매체는 당장 그만두는 편이지만 몇년이 지났음에도 이건 괜히 봤다, 싶은 것이 하라다와 모 동인지. 작금처럼 일찍 성적인 것들을 접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에 대한 대비와 스스로의 호오를 미리 다져야 하는 세대에게 불가, 딱지를 붙이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럼에도 12세 미만 정도의 규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시기 특유의 신체 및 정서 변화mood swing로 인해 내 윤리과 가치관에 충격을 주는 것이 곧 내게 자극적인 것 - 특히나 성적으로 - 으로 착각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충격 이후의 자극과 공포 중 무엇이 나은가에 대한 지리한 토론을 벌인 기억도 있는데, 공포는 또 애먼 신론주의나 결벽을 불러오기 일쑤라.
마지막 필름 카메라의 단종 소식에 우리 세대에게 활자는 너무 느려요! 라고 말했던 이가 떠오르기도. 그림 혹은 만화책에서 단문 혹은 기술문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 곧바로 유튜브와 동영상의 세계로 접어드는 이들에게 활자로 자신만의 세계를 상상하고 다시 또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일은 느릴 수 밖에 없고, 모니터 없는 필름 카메라와 네거티브 필름, 이후의 인화라는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겠지. 세계는 점진적으로 연상을 없애는 식으로 발전하는 구나, 하고.
-그러고보니 언젠가 이 조사 결과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이 재미있었던 듯. 저는 소설의 삽화는 없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은영전 흥하길래 생각없이 팔로한 계정이 그 분이라 엄청 놀람; 쇤코프 너무 좋아해서 그 특유의 무기를 센티넬-가이드 버전의 모 커플에게 쥐어준 적도 있는 저는;_; 본편보다 율리안의 일기였나 외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다시 읽으라면 제 안의 민주주의가 들끓어서 못 펼칠 고단의 원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