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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좋아하는 분과 간만에 통화를 하다, 우리 너무 오래 못 만났어요. 모님 보고싶어요, 진짜 보고싶네요. 그 몇 마디에 부풀어오르는 내 감정에 조금 아연해졌다. 어떤 감정은 표현으로 비로소 그 실재를 지닌다.
영화 너무 좋더라. 여성 집단이 치어리딩 혹은 퀴즈대회의 승리, 특정 남성에의 복수극 정도가 아닌 자신의 몫에 최선을 다함으로 보다 큰 뜻을 이루는 모습은 The Heist, Set It Off, Mad Money, Good Girls, 개 같은 날의 오후, Ghostbusters를 지난 내게도 드문 기억인듯.
어느 인물이 더 마음에 들었나를 따져야할 만큼 모든 케릭터가 좋았지만 Carol에서도 한 몫 든든히 해주던 Paulson의 Tammy가 정말 마음에 들었고, Lou가 입을 여는 모든 순간 봉두난발로 스크린 앞에서 고함 지르고 싶었다. 어쩌면 발성이 그래요;_;
-얼굴과 분위기만으로 읽을 수 있는 드라마가 있음. 정말 굉장하지.
나는 이제 스스로가 정말 합리적이고 공정하다 생각하는 꼰대들과 만난 이후 내내 자괴감에 시달리는 일이 지겨워졌다. 언젠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와, 스스로 괴로워질 뿐인 사람과 만난 뒤 자조로 허비하는 내 시간보다 그 만남을 통해 얻는 우리의 이익이 과연 가치있는 것인가? 의 물음에 난 늘 가치에 손을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내가 나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종류의 인간들이 싫어진다. 온화한 무시와 대화를 끊음이 상대의 의견에 찬동하지 않는 스스로의 관대함이라 뻔뻔히 여기는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