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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판결문으로 인해 며칠을 심란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희고 붉은 모란 꽃을 보며 연신 침을 삼켰다. 많은 것에서 상처입고, 또 다른 많은 것들에게서 위로받는 이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다만 그 동선과 배치가 상당 부분 산만한 구석이 있는데다 지나친 정보를 처음부터 몰아주다보니 초반 전시는 집중이 힘들었음.
세워서 뒤를 장식한다, 는 수직으로 전시되는 평면의 목적이 있기에 입체감이 거의 없거나 윤곽선으로 원근감만을 약간 강조하는 양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스팟으로 떨어지거나 벽을 반사하도록 설치된 조명이 그 장점을 조금도 살려주지 못함. 벽 색깔과 조명, 색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무작정 누렇게 보이거나 - 보관의 흔적을 차치하고라도 - 원래의 색이 이상할 만큼 죽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해당 갤러리는 첫 방문이었는데 이렇게 천장이 낮다니, 놀라기도 했고.
그 색상과 크기와 정물이 주는 강렬함을 담기엔 장소가 너무나 협소했음.
한 자리에 앉아 십 분을 생각할 겨를 없이 내내 초조한 나날이 이어진다. 미뤄진 리뷰를 써야한다는 기분만 조급하고. 허나 Ramstein Air Base의 배경을 가로지르던 자주빛 색온도를 떠올리면 기묘하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뜻 새벽인가 싶었던, 그러나 밤이 오기 직전의 그 황혼과 노골적인 개와 늑대의 시간. 그렇기에 Erika Sloane과 August Walker의 강렬한 등장에 이중성이 묻어나는.
그 외모가 주는 힘에 비해 Cavill은 정말 기이하리만큼 화면장악력이 떨어져 오래 가진 못하겠네, 하고. 최근의 헛소리도 그렇고.
Ferguson과 Monaghan은 낭비된 듯, 낭비된 듯, 미묘한 자리에서 한 몫하고.
스스로 나이듦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타인의 젊음과 늙음만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기에, 거울을 제대로 바라볼 용기가 없는 + 다만 타인을 평가하는 것으로 생을 영위해온 인간들이 영포티니 마음만은 청춘이니 개좆 같이 군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의 지름. 실용성의 문제로 스니커즈나 슬립온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무지개빛 솔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운동을 했고 지금도 하루 걸러는 30분씩 달리는 편이라 트랙수트가 꽤 많은데, 지금도 즐겨입는 트랙탑 + 반바지 + 운동화 조합과 여간해선 잘 빠지지 않는 내 근육을 두고 지금도 네가 육상을 하고 있었다면 인터넷에서 꽤 화제가 되었을 거야, 라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만든 내 근육이 아닌, 신원 미상의 몇몇의 관심을 끄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칭찬이라고 하다니. 정말 말랑하기도 이렇게 텅텅 비게 말랑할 수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