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남자가 머물렀던 짧은 자리. 그거 맛있었어, 한 마디에 잔뜩 만들어 두고 간 계란 간장과 와사비를 발라 구운 김, 오징어 명란 볶음을 가만히 바라보다 솔이 벌어질 만큼 사용한 일회용 칫솔을 버리고, 거울에 튄 치약과 면도 크림 자국을 지운다. 이래 저래 최근 결혼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는데, 당시로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먼 도피이자 선택이었어, 속내를 꾹꾹 밀어넣으며 남들이 볼 수 있는 좋은 점도 남들이 알 수 없는 나쁜 점도 가득가득이지만 여전히 외롭고 혼자라는 마음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는 답변을 남기면 자주 대답이 끊기곤 한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면 다음 말과 타인의 충고가 길어지는 것도, 남자의 핑계를 대면 그 자체로 화제가 달라지는 것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워 하는 부분 중 하나.
나는 여전히 혈액형설과 각종 점, 심리테스트 등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통계적 추론을 믿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들에 대한 당신의 믿음은 이러한 묶음을 통해 동질감, 혹은 배제에 대한 동의를 얻길 원하는 당신의 바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지만, 이에 내 의견을 얻기란 한동안 요원한 일일 겁니다.
-생각보다는.
노인과 아이를 통해 뻔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 뻔한 것들의 울림은 결코 얄팍하지 않고. 조금 더 할머니에게 포커스를 맞추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던.
전쟁은 그 자체의 계절이 있다
추수절 정전
신학기 정전
부활절 정전까지
가장 좋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여성인 우리들의 가장 큰 벽이자 희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