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19. 1. 19. 12:06

특정 상황에 대한 반응과 그 행동의 해석이 지구인, 그리고 지구인과 흡사한 골격과 관절을 지녔지만 유기체가 아닌 금속의 질료로 이루어진 행성인이 동일할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제 상상은 드물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관계된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에 자칫 얄팍해지기 쉬운, 성인이 되기 직전의 여성 주인공- 주 대표 다이빙 선수였으며 어울릴 수 없는 가족에 대한 반항보다 독립을 위해 돈을 모으고 이와 동시에 죽은 아버지의 차를 고치려 노력하는 기계공의 재능을 지닌 소녀라니. 작년의 인물을 드립니다.


새로운 분과와 새로운 팀, 새로운 사람들과 안간힘을 쓰며 신년의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도중 누구에게나 회자되는 큰 사건이 있었고. 많은 질문들을 받았으며 그보다 몇배 많은 답변들을 돌려줬지만 여전히 내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고. 그저 우리는 웃고 울며 한숨을 쉬다 다시 일어나 이를 물고 버티거나 영영 주저앉아 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누구의 어깨도 없고, 어느 시스템의 가슴도 없는 곳에서. 


문득 익숙해진 불행은 깨닫고 난 이후 차마 일어서지도 못할 무게가 된다, 라.


언제나 생각한다. 할 권리와 하지 않아도 될 권리의 동등함이 내가 아는 발전이라고. 


 내 사연에서 중요한 부분은 표면적 성취가 아니라 그것을 떠받친 기틀이었다. 즉, 내가 수없이 받았던 작은 지지들, 자신감을 키우도록 도와준 사람들이 핵심이었다. 나는 그들을 모두 기억했다. 내게 더 나아가보라고 손짓해주었던 사람들을, 내가 도착할 장소에서 - 주로 흑인도 여성도 아닌 사람들이 역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둔 환경이었으므로 - 분명히 맞닥뜨릴 냉대와 모욕을 염려하여 최선을 다해 예방접종을 시켜주던 사람들을.

 나는 로비 할머니가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요구했던 엄격한 기준을 떠올렸다. 덕분에 아는 피아노라고는 건반이 부서진 업라이트피아노밖에 없었던 내가 그래도 그랜드피아노에서 턱을 당당히 들고 끝까지 연주할 수 있게 해준 그 힘을 말이다.


-사실 이 말을 위해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말이지요. 여유가 있을 때 찬찬히 읽고 싶어 아직 낱장을 넘기진 못했지만, 덕분에 잘 지니고 돌아왔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될 때 넘겨드리고 따듯한 차 한 잔 함께 했으면 싶네요.


지금 제게 떠오르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그리고 내내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