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자신의 시작과 끝을 아는 사람 특유의 호탕함들.
또 한 사람의 동료가 자신의 길을 떠났고. 그렇구나, 라며 들어선 락커에 남겨진 핸드 크림과 편지 한 장, 꾹꾹 눌러쓴 문장 문장과 선생님은 내가 사회에서 만난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한 마디에 나는 눌리고 짓눌려 다만 숨도 쉴 수 없게 되어. 그 다정함이 무슨 도움이 되었나요? 되묻고 싶은 마음을 단단히 맨 마스크에 감추고, 휘청이는 무릎을 곧추세우면서.
잘 웃어서 좋아요, 웃는 게 예쁘네요. 자꾸만 무거워지는 눈자위를 내리며 떨리는 대답을 남기곤 했지. 우리도 사람인데, 웃어야죠. 웃어야 사람도 살죠.
이 일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의 나 또한 프로필에 누군가의 얼굴이 뜨면 후들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지. 그 모멸과 무시와 비웃음과 다만 깎여나가는 자괴들로 버텼던 시간들을. 벌떡벌떡 식은땀이 고인 등허리로 수십 번 선잠에서 깨어났던 신새벽들을.
약간이나마 더 쌓을 수 있던 내가 이럴진데, 당신은 얼마나 더 많이 쓸려나갔을까요.
조금 더 안온하길, 훨씬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이를테면 눈앞의 곤을 사람이 아니라 상 위에 놓인 반투명 플라스틱 물통 정도의 사물로 간주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건 잘못된 일이며 그만둬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사람. 그러면서도 이해와 공감을 구할 필요 없이 어떤 이야기든 담아 봉인할 수 있는 상자와도 같은 존재. 음성을 의미로 파악하지 않고 그저 단발성의 개별적인 소리로 받아들일 존재.
-이야기가 끝나면 책장을 덮는 것 외에 더 당연한 순서란 없었다.
그럼에도 발언하는 누군가의 덕분으로 세상은 더디게, 조금씩 밝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