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16.
rvc
2017. 12. 21. 18:14
야만과 미신에 휩싸인 유년에 질려 21세기적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던 나는 관상과 손금, 띠, 성명학, 출신지, 별자리 및 혈액형별 성격과 기숙사설 등등을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태여 그 화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없지는 않지만.
각오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되돌아오는 무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 나날이 고민이 깊어가는 즈음.
병원에 있을 수록 느끼게 된다. 대내외로 성공했다, 라 일컬어지는 여성들이 얼마나 완벽 - 결혼을 했다면 아내, 며느리, 어머니, 심지어 모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성격까지 - 에 대한 강박을 지니고 있는지를.
소중한 것을 미리 만들어두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환경이 내 전부가 아니라, 누군가가 망치고 괴롭히고 긁어내릴 수 있는 것은 내가 지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새롭고, 좋아지거나 혹은 마음 둘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 일과 아무런 관계없이 그저 무겁고 다정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
아직 Dunkirk도 못 봤는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