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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rvc
2019. 8. 11. 10:35
서로의 일정을 살피며 늘 마음만 있던 후배와 재회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글과, 마음 씀씀이와, 행동을 가지고 있던 후배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갖가지 다양한 화제들을 털어놓고, 나는 그 이야기에 맞장구며 분노며 칭찬이며 부러움을 쏟아내다 여전하구나, 너는. 한 마디에 웃어주는 그 얼굴이 기뻐 조용히 설레곤 했다.
사실 언니는 그때 너무 바빠서. 뭘 하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잖아. 밥도 혼자 먹고 어디 오라고 하는 것도 혼자 가고 현장도 혼자 왔다 휙 혼자 없어지고 그래서. 그래서 솔직히 사람들을 싫어하나? 애들끼리 그 때 그 이야기도 했었어. 근데 아무도 물어볼 생각은 못했지. 무서워서. 그때 미술원 뒤편에 학교 식당 있었잖아. 거기서 언니 혼자 밥 먹고 있는 걸 내가 봤거든. 근데 그때 언니 식판에 밥이 정말 산처럼 쌓여있었어. 언니는 기억 안날지도 모르는데 진짜, 진짜 밥이 많았어. 그때 내가 생각했지. 아, 저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다. 밥 꼭 같이 먹어야지.
-마음은 정말 엉뚱한 곳에서 피어나곤 해서. 내가 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어느 뒷풀이에서 트로트를 기가 막히게 부르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웃어버리고 말았지.
언제나 사람이 이토록이나 사람을.
-지난 1년과 다시 나아갈 1년이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