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때로 아름다움과 고통은 같은 강도로 마음을 할퀴고.
집에 사람을 들이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집에 아끼는 이들을 초대한 것은 내게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의식이었던 터라. 반지하와 고시원을 벗어나 본 적 없던 과거를 지나 약간이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게 된, 마음에 들인 사람 몇몇을 초대할 수도 있게 된 내 공간의 이야기와 이러한 내가 생겨낸 과정에 일조한 이들에 대한 감사 또한 함께, 간신히.
지금의 나는 켜켜이 쌓인 지난 행, 불행과 알 수 없는 미래의 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멋대로 엉겨 만들어낸 불균질의 집합물이지만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군데군데 안정적 디딤으로 자리한 님들의 기억과 영향 때문이겠지요.
앞으로의 내가 언제 또 무슨 시간을 지나고 어떤 삶을 걸어나갈지 누구도 모르지만 지금의 내가 느꼈던 이 온전한 배부름만은 오래도록 남아 제 불안한 걸음걸음의 받침이 되어 줄 듯 합니다. 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받고 쓰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던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오래도록 고민하셨단 이야기가 명치를 치듯 강렬했던 순간. 알지 못했던 현관문 너머의 햇살을 미리 알고 좋네요, 이야기주셨던 그 짧은 감탄사. 또한 누군가에게서 받았지만 무척 아끼는 의자에 앉아 맞은 편에 선 나와 함께 말없이 책을 읽다, 다음에는 좋은 조명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말한 그 낮은 울림. 벽 전부를 가릴 만큼 큰 그림을 주겠다는 그 단단한 선언과 기다릴 수 있는 즐거운 희망. 살아있는 것은 더이상 들이지 않겠다는 내 무심함에 다음에는 같이 액자와 조화를 보러가자 말해주신 그 상냥한 문장들.
저는 여전히 어떤 물건이든 고맙게 받고 즐겁게 쓸 계획을 세울 테지만. 언젠가 또 초대를 하고 서로의 시간을 맞출 기회가 생긴다면 새 물건이 아닌 재밌게 읽고 집 안에 자리한 책 한 권을 가져다 주신다면 정말, 정말 기쁠 듯 합니다.
초여름의 해는 아직은 참욋빛.
매일이 전쟁이자 투쟁인 나날. 잠시나마 눈을 감을 때마다 지난 다정함들을 떠올리며 툭툭 꺾이는 소리가 나는 관절을 세우곤 한다. -지치지 말자, 지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