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0. 11. 11. 16:00

세대간 단절과 소통이 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 양 떠들어대던, 그 대안으로 인터넷 커뮤니티가 대두되기도 했던 시대를 지나 물리적으로 지극히 닫힌 작금의 세계에 이르러. 이 갇힌 공간 속의 폭력과 냉대와 가난과 멸시를 대면한 우리는 무슨 소통과 어떤 대안을 내세울 수 있을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봤고, 좋은 부분도 싫은 부분도 잔뜩이었지만 - 내가 모르는 세계이지만 상고에서 1,2등을 했다던 우수 졸업생이자 팔년 차 대기업 사원이 저런 어투로 업무 이야기를 한다면 꽤나 슬플 듯 - 그들이 거두는 말미의 승리에 마음에서 불길이 일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만, 전작을 그렇게 실패했던 감독이 이렇듯 새로운 작품에 대한 예산을 따고 그를 진행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음을 상기해보면 특정 성별과 그에 대한 영화계의 뿌리깊은 믿음을 회의하지 않을 도리가. 수많은 여성 감독들이 전작의 크나큰 성공을 등에 이고도 차기작을 이행하는 데 이토록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나는 몇몇 예술가들이 자기 연민을 빙자한 자기 위로의 방편으로 아내나 딸, 여자친구의 헐벗은 사진이나 그림을 전시하는 것에 크나큰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남편과 네 아이의 가정을 일구며 단 한순간도 스스로의 발전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대한 조금의 연민도 보이지 않는, 그저 전진하고 전진하는 화풍이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도록과 이런 저런 것들을 구입 후 오만 원 이상이 되면 포스터를 증정한다는 이야기에 슬쩍 현황을 물었다. 아주 잘 되고 있지는 않는다는 답변에 엽서와 책 몇권을 구매 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주의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한 선물을 하던 버릇까지 없애고 있는 중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이러한 족적 깊은 여성 예술가의 작품과 관련된 소품들이 팔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시간을 제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