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202.
rvc
2021. 1. 3. 07:55
마지막이 지나치게 길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게 찾았는데 아무도 이 아이가 살아 보려고 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죽으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그랬다고.” 의 대사가 깊숙히도 박혀 빠지질 않았다.
아는 사람만이 늘 안다. 내가 가난의 흔적에 예민한 것처럼, 급히 자란 아이들 특유의 어색한 어른스러움에 목이 메는 것처럼.
싫어하는 것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묽거나 진한 어떤 것들에 대한 짜증스러움보다는 좋은 것들에 대한 화두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 무엇이 무척이나 좋았고, 오늘 무엇이 좋았다는 시시하고 가벼운 이야기들. 하지만 싫거나 옳지 않은 것들이 권력을 잡거나 자본을 모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화제를 다시 입에 올리고 많은 이의 반응을 살피는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그저 잠잠히 가라앉는 거대함이 되어버릴 싫어하는 것들.
결국 내게 주어진 생과 시간이란 좋은 것을 가슴에 품고 싫어하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지리한 싸움의 연속이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