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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얼굴이 있구나, 생각했다. 이렇게 그린듯한 이상형이 나타날 가능성은 늘 있었구나.
-모든 여성은 알고 있지 않나. 예뻐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에 얼마나 많은 마음과 준비가 필요한지. 굳이 그럴 필요 없음을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 하나하나가 통쾌하고 슬펐다. 담론이라 일컬어지는 투정과 방향 잃은 비난이 이미 공고한 상위 아닌 상승하는 하위를 향하는 이러한 뒷걸음의 시대에, 우리는 이런 영화를 간신히 마주하고.
Did you write the book of love
And do you have faith in God above
If the Bible tells you so?
Now, do you believe in rock 'n' roll
Can music save your mortal soul
And can you teach me how to dance real slow?
“I want to see what she has inside of her that she wants to put into a project, because that’s what I admire in actresses and actors. But mostly in Hollywood it’s brutal for women. It’s hard and it breaks my heart because sometimes it’s sad to think that this industry survives on what’s popular instead of what’s actually good.” 요즘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당신이 좋아.
근간의 내가 짧게라도 스치는 사람은 개인적 친분의 깊이보다 감염 관리의 개념이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
올림픽 기간 동안 매일 중랑천변을 오 킬로쯤 달리고 나머지 오 킬로쯤은 자전거를 타며 과거의 나를 조금 그리워했다. 오로지 세계와 나 밖에 없었던, 그 온전히도 깊고 진득했던 육체의 시간들.
내게는 묵직한 장정처럼 세월의 더께가 얹힌 쪽이.
草間 彌生의 PUMPKIN (YELLOW Y)이 파도에 밀려가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 이라는 감각을 부르는 인간이 생성한 모든 것은 결국 쓰레기인 걸까. 우리는 언제나 깨어지는 자연의 조각에만 감탄하는 듯도.
매일매일이 환경의 변화이고, 싸움이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해와 하늘과 구름을 찍고.
언젠가 전쟁이 없는 시대의 사건은 거대한 창작이라는 말을 했는데. 이제는 이 바이러스가 사건이 되어버려서.
Kabul의 점령소식을 듣고. 이제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과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동시에 떠올리다 그저 옛 동료의 무사와 머무르고 있는 이들의 안녕을 소원한다.
내 안의 물은 여전히도 출렁이곤 하여 이따금은 조금쯤 가물길 바라는 헛된 바람을.
내가 집을 구할 당시의 불가결한 조건 중 하나는 복도쪽으로 난 창이 없을 것으로, 그럭저럭 내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한 나는 같은 층에 사는 어느 나이 지긋한 남성이 여름이 시작된 이후 늘 복도까지 음악을 쩌렁하게 틀어놓으며 단 한 순간도 대문을 닫은 적이 없는 것을 - 어느 야심한 밤이라도 - 관찰하며 그가 지닌 자아의 비대함을 생각하곤 한다. 누구에게도 위협을 느끼지 않는, 그저 그 자신이 위협인.
현 시대 젊은 남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이 패자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인정하지 않으며 그 입장으로 그저 이기기 위한 싸움만 하려 한다는 것.
두오다 뿐만이 아니라 엘로이즈는 중세 문화를 지배하던 여성에 대한 개념을 자신의 내면에 인식함으로써 스스로를 '연약한 여자'로 정의했다. 피장의 크리스틴(약 1364~ 약 1430)은 연약한 여자에 대한 상투적인 표현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며 남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한 적 있지만, 그 뒤로는 성의 평등을 주장하기 위한 문화적인 투쟁에 착수했다. 크리스틴은 많은 이유에서 매우 이례적인 인물이었다. 카를 5세(1338~1380, 1364년부터 프랑스의 왕)를 위해 봉사했던 천문학자이자 의사로 학식이 풍부했던 아버지 피차노(볼로냐 인근 마을)의 톰마소에게 교육을 받았던 그녀는 몇몇 사건들로 인해 자신의 교양을 직업 활동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연이어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뒤에 부양해야 할 3명의 자녀와 함께 경제적인 곤궁에 처했다. 그러자 그녀는 여성 작가로서 삶을 시작했으며, 프랑스 귀족들의 주문을 벋어 윤리적인 논문들과 역사와 관련한 작품들을 집필하였다. 문학과 철학 서적들을 포함한 매우 폭넓은 영역의 교육을 그녀에게 제공했던 아버지의 흔치않은 결정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여성 작가라는 특이함이 작용했는지 몰라도 그녀의 커다른 성공을 거두었다. 그녀는 <100곡의 담시>같은 시와 카를 5세의 전기, 기사에 대한 작품들, <유기체론>과 <평화론>과 같은 정치 간련 저술 등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부인들의 도시>에서 이성과 올바름, 미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3명의 귀부인이 방문한 것을 상상하며, 많은 예를 들어 여자들도 명령할 권한이 있으며 도덕적이고 남자만큼 지적임을 보여 주었다. 그녀의 견해로는, 여성의 열등함에 대한 사회적인 여건을 자연의 전제로 착각한 모든 사람들과 아리스토텔레스, 성직자들이 오류를 범한 것이다.
크리스틴은 독특한 자아 성찰의 형태와 비판 능력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중세의 모든 여성 사상사들 가운데 여성 작가들이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송적인 관계를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데 반해 이를 바꾸어 보려는 의지를 저술 활동과 연계한 유일한 여성이었다. 크리스틴은 여성들의 이름에 걸맞는 공부만 허용된다면, 자기 자신을 여성들이 변화할 수 있는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The Green Knight - 어떤 의미에서 덕의 심리를 자극하는지는 너무도 잘 알겠으나 무대를 차지한 남성의 생과 몰락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이러한 소박한, 영화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이제는 지겨워서 - 보고 에코의 중세를 다시 읽고 있는 중에.
어떤 의미에서 젊음이란 앉지 앉는 것. 어제를 잊어버리고 다시 오늘에 집중하는 것.
부동산 광풍에 내 작은 집도 어쩐지 가격이 올라 이제는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어떠냐는, 심지어 내 계약을 담당한 이의 전화도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는 내 작은 집에 만족하며 더이상 내 소유를 늘리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언제까지 지리하게 해야할까.
자본의 힘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에 차려진 예쁘고 정갈한 음료들에 더이상 흥미가 없는 이유.
아름다운 건 모두 네게서 배웠는데. 요즘은 정말 아무도 책을 읽지 않더라.
요즘 빠져있는 것은 요리책. 감탄스러운 음식을 먹지 못한 시간이 너무나 길어 차라리 맛있는 사진이라도.
초상화란 입체적인 면면을 납작하게 만들어 2D가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따금은 여성을 그린 초상화의 노골적인 드러냄을 견딜 수 없는 때가 있다.
사진이 발전하며 언어가 퇴화하는 것은 당연한 맥락일까. 동굴 속 그림에서 기호가, 그리고 언어의 탄생- 이후 그 함의에 대한 합의 이후 착실하게 그림과 사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이 영원의 도돌이표.
Star Trek에서 스캇의 공식이 이 년만에 전우주적으로 보편화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깊었는데. 현재 백신이 보급되는 양상을 보아하니 영 불가능한 일은 아닌 듯도.
한낮의 도시 냄새. 문득 문득 묽은 피를 끓게 만드는.
안녕하신가요? 모두가 견디고 있는 시기에 늦은 인사를 던져봅니다. 저는 여전히 수많은 횡수를 곱씹으며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보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일 없이, 무탈히, 언제고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는 나날을 헤아려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