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세계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청을 시작한. 여전히 나는 이입이라는 핑계의 건들거리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기에 여러 굵직한 상을 탔다는 어느 남자 배우의 모든 것이 ???이었지만.
많은 것을 건드리면서도 깊게는 이야기하지 않는, 그러나 인물과 세계를 이끌어내는 데는 능숙하기 그지 없는 옆나라의 드라마를 - 바닥의 바닥을 짚고 있는 영화와는 또 다른 - 보며 내 나라의 드라마와 그 제작 환경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딱히 어느 것이 낫다 낫지 않다가 아닌, 그저 그를 불러오는 과정의 선명한 대비와 시도의 차이가.
夢ならばどれほどよかったでしょう
未だにあなたのことを夢にみる
忘れた物を取りに帰るように
古びた思い出の埃を払う
戻らない幸せがあることを
最後にあなたが教えてくれた
言えずに隠してた昏い過去も
あなたがいなきゃ永遠に昏いまま
-아직까지도 당신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있어
이제 부양을 시작할 나이가 된 사람들이 거론하는 내 주변의 가벼움. 그 부러움 섞인 몇 마디에 그저 웃다, 고개를 돌리고 마는 내가 설명할 길 없는 지난한 과거들. 떠올리는 것만으로 선 어깨를 부수고 무릎을 무너뜨리는. 언어는 이토록 쉽고 잔혹하지.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뼈를 부순다.
누군가는 이토록 잔인한 서울에 머무르는 꿈을 꾸고 있겠지, 열몇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 예약이 모두 찼다는 어느 박물관의 평일 첫 자리가 나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급히 다녀왔는데. 매표소 앞에서 어떻게든 현장방문이 안되겠냐고 묻던 성장한 노부부의 물음이 있었다. 꼭 오고 싶었다며, 하지만 인터넷 예약법을 몰라 무작정 찾아왔다는 이야기에 그럼 자녀분들께 부탁을, 하고 말끝을 흐리던 직원과 답 없이 곤란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던 그 초조와 무안의 시간들. 반모와 무물, 럭드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에 결국 검색창을 여는 나와 그분들의 차이는 얼마일까.
도서관에서 빌린 노멀 피플, 결론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립밤부터 치노 팬츠까지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에 실선을 달아둔 앞 대여자의 흔적이 선명히 남았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언어를 보듯 꾹꾹 눌러 쓴 연필선 끝에 매달려 있던 물음표 몇개, 그 절박한 몰이해.
이즈음에는 언제나 어딘가의 호텔에 있었지. 알든 모르든 아침 뉴스를 보기 위해 적당히 피곤한 얼굴로 조식당을 찾아 마른 빵을 고르거나 낫토의 포장을 벗기던, 그 스산하고 평화로웠던 어느 아침.
자신이 책을 쓰고 말하지 않아도 책이 있던. 몇자 가르침으로 사람들이 가져다 주던 고기와 야채, 과일과 스스로 일군 곡식으로 연명하던 조부는 무욕한 편이었고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답하곤 했다. 그 가게에, 그곳에 있는 무언가는 잘 사라지지 않을 거다. 보고 싶을 때마다 그곳에 가거라. 그 답변이 쭈볏쭈볏 눈치를 보며 일요일 아침 한 시간 반을 걸어내려가 어느 교회의 낡은 브라운관 TV로 디즈니 만화 동산을 보던 대가라고 생각하면 조금 참혹한 기분이 든다. 나는 여덟 살이었다.
책이 또 늘었네, 라는 말을 언제나 듣고.
최근 내 말 버릇이 늘,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주머니 없는 자켓과 겨울코트를 모두 나눔한 것이 묘하게 후련했다.
그리 큰 기대가 없었음에도 나는 실망했고, 그를 위로하는 사람들의 연락만이 위안이었다.
현장의 합의 없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환경에 지쳐 이제 모두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다, 아버지, 나 죽고만 싶어- 라 어느 시인의 언어를 떠올리곤 힘없이 웃어버리고 만다. 결국은 책이고, 또 글귀 뿐이지. 나를 걷고 말하고 살게 만드는 것은.
-낯선 곳의 공기가, 책 냄새가 그립다. 다 읽지도 못할 중고 책을 잔뜩 사서 호텔방으로 가지고 들어와 밤새도록 두근거리며 읽던 때의 낡은 에어컨 냄새와 습한 공기가 사무친다.
마음에 드는 쿠키 커터를 사려 오 년째 방랑 중.
좋은 가방과 좋은 지갑을 써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친절함과 내 마음을 굳이 변명하지 않는 소통의 가벼운 피로감.
향수가 이십만 원이라니.
내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구나. 어떻게 쓸 예정이냐는 물음에 복숭아를 조금 사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을 주문하고 싶다고 하자 또 책이야? 라고 웃는 모니터 너머 모님의 얼굴이 너무 싱그러워, 보러 갈까요? 물음도 아닌 의견을 던져놓고 침묵하고 만다. 안될 걸 알면서, 이따금은 감정이 입술을 움직이고.
여전히 나는 차를 타고 이십 분 이상 움직여야 하는 곳에 가지 않고, 내 생활반경을 벗어난 곳에서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 마스크를 내릴 수 없기에.
라투르는 희망, 을 빌어 람세스의 시대에는 결핵이 없었으므로 그는 폐결핵으로 죽을 수 없음을 주장하는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로부터 무언가를 받았다는 문장이 내게 가장 외계였어.
한 해동안 열 손가락 안으로 구제 옷과 신발을 산 것이 전부였던. 익숙한 곰팡이와 좀약 냄새가 바삭바삭 말라가는 볕이 좋은 나날들.
떠오르는 달을 찍었으나 제대로 찍혀지지 않아 플래쉬 같아진 피사체를 어느 아끼는 이에게 보낸다. 이것 봐, 빛이 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