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2. 3. 25. 13:32

세상 좆같다고 느껴질 때마다 The Old Guard의 앤디를 생각했다. 불멸을 잃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어떠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아파, 라 답하던 그 얼굴을.

Wanted to do something so hard that no one could ever shit to me.

너는 개입하지 않았다. 보태지도 않고 말리지도 않았다. 너는 삼분의 일쯤 타다 남은 소파에 앉아 잡지를 읽었다. 나는 너를 보았다. 맞아가면서도 언제나 보는 것처럼 너를 보았다. 이런 순간에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너를 열망하고 원망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네가 아닌 이 새끼들에게 맞고 있을까.
너여야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여야지.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요즘 그나마 포스팅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준비하는 시험;과 더불어 삼년 내리의 고민 끝에 드디어 데스크탑을 샀기 때문.

어디에도 무녀리는 있다. 다른 새끼들이 어미새들을 따라 죽음의 호수를 떠났을 무렵에야 알에서 깨어나 두리번거리는 것들.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도 그들은 본능적으로 북쪽을 향해 걸어간다. 그렇게 걸어가는 그들의 갈퀴발에는 족쇄처럼 소금이 엉겨붙기 시작한다.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족쇄는 두꺼워져간다. 나중에는 몸통보다 더 두꺼운 소금덩이가 발목에 감긴다. 그 소금덩이의 접착강도는 놀라울만큼 강해서 톱으로도 쉽게 제거하지 못할 정도이다. 눈도 채 뜨지 못한 홍학새끼는 제몸보다 무거운 소금덩이를 발에 차고 북쪽으로 향하다 하나 둘 쓰러져간다. 아마 그들은 썩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먹히지도 않을 것이므로 어쩌면 영원히 절여진채 남아있을 것이다.

연속적인 감염에 동료의 자리는 비워지고 이틀 단위로 바뀌는 스케줄에 이제 나는 누구와도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아직 감염되지 않았다면 복권이라도 사야 한다는 말에 마스크 아래로 깊게 웃다, 이제는 더께가 앉지도 않는 손가락의 튼 살을 바라본다. 자주 이 문구를 떠올렸다. 어디에도 무녀리는 있다, 처음을 디딘 나의 실패에도, 내 절여진 시체 위를 단단히 밟고 지나는 후대의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그걸로 되었다, 카페인 과부하로 이제는 습관처럼 떨리는 눈꺼풀을 닫으며 한숨을 삼킨다.

요새는 Arte만 보는 듯.

"나노 독성 물질에는 연구자가 제일 많이 노출돼요. 은나노 실험할 때도 제가 제일 많이 노출됐어요. 저는 코피도 나고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계속 흡입을 하니까. 근데 어차피 저는 그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고, 이게 좋아서 하는 거고. 목적도 그냥 내 아이 지키기 위해서니까. 아이를 지키려면 똑똑해져야 하니까. 그리고 이런 결과물을 갖고 누군가한테 도움을 준다면야 논문 하나 쓰는 건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논문은 많은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거지, 논문을 쓰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들한테 알리려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되니까 쓰는 거예요. 그런데 이젠 머릿속에 있는 걸 다 풀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정교수니까. 아무도 안 건드리잖아요. 65세 정년이 기본이니까 13년은 더 갈 수 있다고요. 3년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3년이라니. 데이터 보면서 여유 가질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요. 지금 꿈꿀 수 있는 이 상황이 말도 못 하게 행복해요. 미래를 생각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길어진 거. 사실 제 건강을 위해서는 지금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어차피 저는 이 길을 가기로 한 사람이잖아요. 저희 아이한테도 그런 얘기를 가끔씩 해요. ‘엄마는 이 길을 가기로 한 사람이고, 아마도 이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너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 그리고 저한테 학생들이 들어와요. 그러면 제가 갈고 닦은 것을 누군가한테 전수하면서 그 아이들한테 궁금증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이제는 저 혼자가 아니라 저와 함께하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잖아요.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장난 아니죠. 행복하죠. 행복해요."

-어차피 저는 이 길을 가기로 한 사람이잖아요. 최근 본 가장 강렬했던 인터뷰.

너의 곁을 걷는 개라도 되고 싶어, 그 바닥을 기어올라왔다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아무것도 보장할수 없는 언어가 최소한의 위로가 되고.

다정하지 말걸 그랬나. -네게 다정하지 말걸 그랬지, 누군가 식은 죽처럼 삼키던 후회를 떠올리며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적어도 나의 다정이 네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래의 것이 되기를. 언제나 네겐 휘황하게 많은 것들만이 닿기를.

한 두 달 뻘글 쓰며 잘 놀았지. 다시 공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