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감정이 담긴 커다란 눈망울이 불안하게 흔들릴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좋아서, 슬퍼서.
Greenwood는 정말 끝내주게 내 취향이구나.
영화를 보고 분홍색 가베라 몇 송이를 산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노른자색이었던 하오의 볕이 유백색으로 바뀐 것을 바라보며 봄이 온 것을 실감했다. 공기에서 빛냄새가 나던 주말.
언젠가 아침을 여는 음악은 명랑한 Mozart가 좋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봄의 길목에 들어설 때면 Sibelius를 듣는다.
모처에서 일했던 삼 년의 시간은 인물들에게 대사를 빼앗는 동시에 - 모든 연기 연출에 빡빡한 나는 여전히 배우들의 애드립을 좋아하지 않는다. 너는 그냥 말하지 마라 - 삼만 자 정도는 개요없이 쓸 수 있는 재미있는 재주를 주었다. 특별히 쓸 일은 없지만 오고가는 대화를 회상하면 전체 장면의 맥락을 대부분 떠올릴 수 있는 애매한 기억력도.
"넌 어떻게 해야 나한테 관심을 끌래? 내가 어떻게 해야돼, 응?"
"망가져. 지금보다 훨씬 더. 나같이 비뚤어진 놈이 좋아해도 될 만큼, 네가 아주 망가졌으면 좋겠어. 근데, 그것도 다 틀렸다. 내가 너무 망가져서 이젠 그럴 수도 없게 됐다. 내가 이름을 말했거든, 내가."
삼천 얼마짜리 레로르트 죽을 열 개들이 구천구백 원에 샀음을 기뻐하고 엊그제 외운 어느 구절의 어느 구문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에 흐뭇해하는, 처음 대한 어떤 것의 기전을 어떻게든 알아내 설명해낸 것에 뿌듯해하며. 아주 소소한 이런 일들로 간신히 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 사람에게 딱 맞을 것 같아 십일 개월이 남은 내년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일.
우습지, 1분 30초동안 데운 우유에 위스키처럼 커피를 타며 나는 자주 양 웬리를 떠올려.
난 집에서 거의 밥을 해먹지 않으므로 냉동실의 이 년 된 갈치와 조기를 대체 어떻게 할까 때때로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다룰 수 없는, 냉동실 속의 내 작은 우주.
연인이 오신다, 연인이 와!
그에게 길을 열어 드려라!
그는 가슴을 찾고 있으니,
그에게 그것을 보여주세
나는 소리를 냅다 지른다
“네가 찾는 것이 바로 나지!”
그가 껄껄 웃으며 말하기를,
“나는 너를 사냥하러 온 것이 아니라 구하러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