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2. 4. 9. 20:48

탄생한 순간 결정되어지는 아름다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지 않는다의 차이점 같은 것들.

꿈에서도 그곳을 봐. 그리고 꿈에서 깰 때면 나는 늘 울고 있지.

이렇게 나이를 먹어도 어쩌면 이 마음은 굳지도 않는지.

아름다운 것을 지속적으로 보고싶어 Dieter Rams 책을 직구하며 생각했다. 책은 정말 대단하다고, 어떤 아름다움도 추함도 한데 가두어 잔뜩, 읽는 자에게 퍼부어 줄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모님의 아이를 위한 귀여운 팝업북을 샀고, 예쁜 원서들을 할인한다는 소식을 몇몇 이들에게 전파하며 연신 신침을 삼켰다. 식품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당근이나 굿윌에서 구매하고 있기에 물건에 대한 욕망은 매양 이렇듯 잠잠한데. 이렇듯 도서구매욕만이 남아 내 공간과 공간 사이를 고민고민하면서도 결국 또 책을 사들이고 만다.

정말로 사들이고, 있다.

디자인이 예뻐서, 폰트가 아름다워서, 마음에 드는 글귀가 있어서, 좋아하는 작가라서, 엔딩이 마음에 들어서. 나름의 이유를 대보지만 이 또한 늘 내 욕심인걸 모르는 것은 아니라.

우리는 한배에서 태어난 두 개의 머리 같구나. 그리고, 그러나. 어느 날 무언가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순간. 우리 둘 중 누군가가 입을 다문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는 모두 죽어 있었다. 빛이 사라진다. 어떤 빛이. 어떤 빛이 어둠 곁으로. 어둠 뒤로. 사라진다. 나 혹은 너는 검은 색 혹은 흰색이 된다. 나는 기다릴 수 없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떠올렸다. 망설여서는 안 되는 것을 망설였던 시간을 떠올렸다. 나는 너에게 여행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나.

-나는 너에게 여행 가지 않았다.

십 대에는 늘 부끄럽고 창피한 것 밖에 없었지. 운동을 하던 때의 난 협찬을 잘 받은 편으로 입는 것과 먹는 것에 부족함이 없어도 그랬다. 화장실 없이 싱크 하나 있는 한 칸짜리 반지하에 밴 냄새가 옷에 배는 것이 싫어 훈련실에서 먹고 자고. 은근히 따돌림 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를 쓰고 나를 낮추고, 타인에 맞추고. 어떻게든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이제 부모의 나이가 된 나는 그 부모의 마음도 서러운 자식의 마음도 모두 알겠어서, 정말이지 더 지원해야 한단 말밖에 할 수가 없어.

은연중에 부모가 자식에게 말없이 표현하는 것도, 아이들이 알고 있지만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도 많고 많아서.

투표권조차 없이 나고 자란 나라를 모국이라 여길 수도, 제대로 발음할 수도 없지만 부모가 택한 나라를 본국이라 여길 수도 없는 남자는 평생 비주류의 생을 살고 있지만 남자가 이해할 수 있는 삶과 여성이 살아내는 삶은 또 달라서. 언젠가 이야기했듯 나는 일정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그래서 우리는 같이 살 수 없고, 우리가 서로에게 만족감을 줄수 있는 건 서류 위 나란한 두 개의 서명 뿐인 것 같다고 할 때마다 상처입는 너를 모르는 것은 아닌데.

지금 이 순간 가장 죽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는 독립된 나를 영원히 포기할수 없고. 나를 희생하여 너의 남은 생을 돌볼만큼 나보다 네가 훌쩍 큰 것도 아니라서.

너는 영원히 내게 애틋하겠지, 언제나 좋은 친구이고 잘 맞는 평생의 동반자겠지. 그냥 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시간들을 어떻게든 미뤄내려는 내 이기심.

아름다운 것을 잔뜩 보고 나면 조금 배고파도, 조금 가난해도 삶을 견딜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지. 이 모든 괴로움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저 나를 하나의 점으로 압축시키는 내 눈 앞의 이 거대한 아름다움.

Ai Weiwei는 내가 전영학원에 교환학생으로 분할 당시에도 안팎으로 유명한 선생으로.

MOMA가 크게 자리를 준 이유가 있더라. 강렬하진 않아도 시의적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