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17. 12. 21. 18:27

관람 뒤 카페에서 음료 주문하고 15분 정도 아무 말 없이 앉아 각자의 생각에 잠겼던 순간이. 난 닥터 스트레인지 시퀀스의 사운드 디자인 - 신력과 마력, 추리력ㅋ의 충돌 - 이 너무 좋아서 그를 복기하고 있었고 모님은 토르가 지닌 육체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모든 씬이 마음에 들었다고.


찬찬히 덧붙일 생각은 있지만 일단은 신화적 매력을 Hela에게 모두 빼앗긴 반신이 지닌 인간적 매력을 최상급으로 보여주는 지상 위 영화라는 생각이 우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신에 대한 인간의 해석, 그리고 재창조.


이유조차 타인이 붙여줘야 하는 케에 대한 관심이 드문 것은 제 비위가 약하여. 어쨌든 스타크의 약점을 드러냄, 과 라우페이슨의 약점을 과시함, 의 차이는 꽤나 흥미롭더군요. 그 탄탄한 디딤을 딛고 턱을 당긴 스타크가 원하는 것이 보다 깊은 내면의 진짜 감정, 애정을 빙자한 진짜 나를 알아줘, 의 연민이라면 바닥조차 무너진 라우페이슨이 원하는 것은 적어도 겉으로나마 잘 포장된, 실로 왕의 자질을 지닌 나에 대한 외경과 절대 닿지 않는 이를 향한 동경 - 공포와 별반 차이도 없는 - 이라는 사실이. 둘의 공통된 정서가 인정, 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저는 입을 막고 싶어지고.


그렇기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저 무너진 채 완성되어 있는 배너 박사에게 마음이 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