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2. 10. 13. 13:35

여성들이 서로의 곁에서 각자의 구원과 각각의 세계를 발견하는 이야기에 나는 이다지도 약하여.

때가 벗겨지는 순간을 알게 되자 기름투성이인 부엌 한가운데서 바닥에 바싹 엎드려 바닥이나 선반을 문지르는 일이 갑자기 재밌어졌다. 세제를 스펀지에 흡수시켜서 바닥의 일부에 대고 동글동글 원을 계속해서 그려낸다. 눌러 붙어 있던 기름 층이 얇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머릿속은 점점 더 새하얘진다. 지겹게 계속되던 시어머니의 싫은 소리가 사라지고 유아원 대기 리스트가 사라지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해답이었나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사라져 그냥 뻥 뚫린 공백이 넓어진다. 그 공백은 언제까지고 있고 싶은, 기분 좋은 것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