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2. 12. 31. 11:47

보는 자와 보여지는 자의 시선.

떠오르는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던져도 지금 제 마음을 모두 표현하지 못할 겁니다. 언어는 언제나 감정에 미달하고, 그래서 저는 안간힘을 쓰는 언어가 어느 한 순간 맞아 떨어졌을 때의 안도감과 환희를 정말 좋아하기에 내년에도 부족한 단어와 문장을 계속해서 엮어내는 것에 열중하겠지요.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는 빌려온 요리책이 너무 좋아 다시 중고로 재주문을 하고 책장의 남은 공간을 고민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먼지를 떨어내고 이불 빨래를 한 뒤 미술관에 잠시 다녀올 예정입니다.

좀비가 창궐하는 시기가 언젠가 온다면 저는 쌓아둔 요리책을 한장 한장 눈여겨보며 천천히 굶어죽어가지 않을까요.

올 연말처럼 자주는 아니겠지만 종종 뵙겠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