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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rvc
2023. 10. 14. 16:38






그럼에도 성장과 연륜의 힘을 믿고.
연말까지 약간 바쁠 일정으로 연초에 길게 휴가를 받았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여행을 다니며 즐거웠던 - 이국의 경험이 대부분 못견디게 빈곤했거나 혹은 일과 결부된 것이었기에 - 기억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말이 통하는 곳으로 짧게 다녀오던지, 지금 이 자리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전히 언제든 어디서든 잘 먹고 잘 자는 편으로 몇 불짜리 잠자리도 스물몇 시간의 환승 비행기도 육체적 문제는 없지만 이 곳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분실이나 기다림으로 초조해하는 것을 더이상 즐길 수 없는 나이가 되어.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별을 찾고, 그 별에 내 먼지를 묻지.


시간을 내어 슬몃 다녀온.
매듭 전시가 너무너무 좋아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모든 것들을 모조리 비웠다. 이런 아름다움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데, 내가 굳이 미달된 아름다움을 소지할 필요가 있을까 하여.
십 년만에 대녀를 만났고. 우리가 연락을 하든 안하든 어떤 접촉이 있건 없건 나한테 베스트 프렌드는 언제나 너였어, 라는 짙은 문장에 쑥스러워 그 대답을 피했지만. 나도 그랬어 정말이야, 라는 말을 뒤늦게 뇌까려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