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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hilosophy explains her ambivalent view of her current situation. Hüller said she was horrified that reporters had tried contacting her family and school classmates to talk about her. “People believe you belong to everyone, or you have a duty to the public,” she said. “I can’t control it.”




모든 것이 다 더 앞에 있는 듯한 심도 낮은 디지털. 처진 눈, 둥근 코 끝, 늘 웃는 듯한 인상의 무표정. 단단한 이마, 분홍빛 뺨, 빛이 드리울 때마다 투명해지는 짙은 금발. 낮고 단정한 목소리, 고요한 아이 러브 유.
너무나 깊히 반해버린.

장점도 단점도 확연할 만큼 딱 중간의 영화였지만 나는 조금 더 호쪽으로, 호우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각기 다른 언어와 발화, 그 언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의 환기와 말하는 자의 변화.
언어와 과거에 대한.
호우시절은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을 집에 초대하면 - 집을 보여줄 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 늘 배경처럼 틀어놓는 영화로. 아직도 장면 장면을 볼 때마다 함께 계획을 세우고 처음 여행으로 디딘 대륙에서 난 길바닥에서 뭐 안 먹는다 나는 못 기다린다 거하게 싸운 뒤 장소를 공유하더라도 시간을 공유하지는 말자 합의했던 남자와의 맹세가 떠오르고.

이런 걸 직구했고 이상 없이 잘 받음. 내게 영상 화질의 기준은 - 십오 년된 TV에게 외부 매체 재생 외 무엇을 더 바라며 - 특별한 공을 들일 필요 없이 보고 싶을 때 볼수 있음이라 딱히 4K 등지에 집착하지 않는 편으로, 좀 더 재생이 간편한 DVD를 살까했으나 운 좋게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낮은 가격에 구매하여 UHD로. 그래도 일 년 정도 즐겁게 놀았으니 그 증거를 하나 정도는 갖고 싶어져서.
일본어 외 자막이 없는 것이 약간 아쉬웠으나 아직 영화를 못 봤다는 모님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약간 설명하고 배경만 알려드렸는데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신현철의 묘사를 모님이 정말 좋아하셔서 뿌듯하고 즐거웠다. 그것만으로 구매의 만족감이 해결될 만큼.
재회할 만큼 관심이 있던 이와 다시 만났고. 야, 거기서는 다 미친 난 놈들이라 모르지. 아니 너는 엘리트라서 더 몰랐을 수도 있겠다. 난 니들이랑 싸우고 싸우다 지쳐서 사회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딱 느낌. 나야말로 우위에 있는 자고 이것들은 다 좆밥이다, 하는 거.
육체적으로?
육체적으로.
그 순간의 우위를 나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걸 이용하기엔 나 자신의 초라함이 너무 커서. 하지만 그렇기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아님. 오로지 힘과 기술로 살아남았던 세계에서 기어나온 사회가 허탈하리만큼 약하고 또 약아있어서.
내가 거친 일자리 중 가장 기괴했던 경험은 일본 거주 당시 지금보다 십 킬로쯤 덜 나는 몸으로 모 브랜드 옷을 입고 모 거리를 마냥 돌아다니는 것으로, 주말 두 시간으로 당시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고 좀 어이가 없었는데.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 이후 그 브랜드의 매출 이력을 찾아보지는 않았으나 문득 요즘은 그가 인플루언서들의 협찬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운동을 했고 예술학교를 다닌 경험으로 나 자신이 그러하듯 어지간한 예술가의 자기중심적 사고장식에 익숙하며 그다지 화를 내지 않는 편임. 지나친 걱정을 잣는 일방적인 연락 두절을 제외하면 아니 예술가가 저정도 경향도 없어서야, 하는 마음이 잦아서.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실패도 후회도 없지 않나? 비웃음은 쉽고 첫 문장을 떼는 것은 늘 어렵지. 세계가 언제나 더 너그러워지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하여.

갇힌 새장과 가려진 가면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