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24. 5. 2. 22:00

오래되어 색까지 변한 여름용 실크 치파오 한 벌을 받았고. 날캉날캉한 결을 조심히 만지며 닳을 때까지 열심히 입어야지, 생각했다.

외모가 권력 아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은 조부의 부재 이후. 그 누구도 조부 아래 내게 크다 작다 말랐다 쪘다 어딘가 이상하다 뭔갈 닮았다 이야기한적 없으며 조부도 그러했기에 나는 정말 내 외양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으며 겨우 세수나 매일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조부의 죽음 이후 주변인이 내게 던졌던 그 평 아닌 평들이란.

운동을 해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밤을 새워 말할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장점은 내 몸이 지닌 공간과 한계를 알기에 몇 킬로의 몸무게나 찌고 마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일까.

덕용 사이트를 따로 파다 보니 이 블로그는 정말 뻘소리의 향연이 되었으며.

남의 작업에 제목 짓는 것을 잘해 꽤 의뢰를 받았고 지금도 약간의 자부심으로 기억하는 몇몇 제목들이 있음.

소설은 그럭저럭으로 읽었으나 이렇게 재미없게 각색을;_;

Thanh Nguyen의 글은 에세이가 조금 더 취향으로 Nothing Ever Dies에서 - 실비아 플라스의 낭비없는 밤들,이 떠오르는 제목 - 에서 작가는 한국의 전쟁기념관을 방문 후 식민 지배를 당한 민족이 학살자로서의 과거를 자랑스레 전시하는 것에 분노와 괴리감을 느끼고. 또한 고국에 대한 이야기를 고국을 버린 나라의 언어로 표현하는 자신을 끊임없는 자문하며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이라거나 수키김의 통역사를 불러오는데.

그러고보니 H마트에서 울다, 를 읽으면서도 그 생각을 했지. 디아스포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모국의 과거와 연관지어 연대기적으로 작문하는 것은 21세기에 끝난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이제는 모두들 사소설이 되어버린.

대한극장의 마지막을 들으며 향유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도. 그 순간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을 어딘가 과시할 수 없는 영화는 이미 지난 시간의 매체가 되어버렸고.

그리고 모님이 즐거운 생일을 보내셨길:) 하고 조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