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18. 1. 22. 16:40

오랫동안 면식은 있다 최근 급격하게 가까워진 어느 분이 계신데. 무척 좋아하고 동경하는 분이지만 풍요를 타고 자라나 외국에서 석박을 밟고 한국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경력과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행복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그 분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 때가 있다. 잠시 내 고시원에 들렀다 마주 앉은 카페에서 힘들게 힘들게 꺼내신, 세상에 난 그런 공간이 있는 줄도 몰랐어. 그 말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던 내 당황 만큼 그 분의 세계도 좁았던 걸까. 


드문 휴일이나 내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의 집이나 좋은 레스토랑, 재미있는 공간에의 초대를 건네곤 하시는데, 오늘은 혹은 이번은 집에서 쉬겠노라 정중한 답변을 돌려드릴 때면 실로 의아한 반응이 직설적으로 닿아오곤 한다. 그 방에서 쉰다는 것이 가능한 거야, 정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데다 모든 낯섦은 익숙해지길 마련이고 전 제 이런 삶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오래 누추했으니까요, 라는 말을 입안으로 밀어넣으며 대꾸한다. 그냥 제가 피곤해서요. 다음, 다음에요.


당신을 향한 내 호감과 나에 대한 당신의 호감이 서로가 지닌 환경과 배경과 자리와 안목에 대한 미묘한 경멸의 임계를 넘지 못하는 때가 오면, 우리는 헤어지게 되는 것일까요. 연인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게, 그저 사회에서의 가는 인연 하나가 끊어진 것마냥 건조하게.


-언젠가 다른 모님과의 대화가 문득. 모님의 취향이 이것까지는, 의 하한선이었다면 내게 취향은 이것만은 기필코, 의 상승지점이었다고. 


그 많은 뒷말과 폄하의 시간에도 단 한 번도 관객의 시선을 피한 적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