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c 2018. 4. 9. 08:10

"나는 오독에 화가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기 마련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데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조차도 내가 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해석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영감을 받은 것이 없다고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저 내가 보기에 좋은 것을 그릴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지는 않습니다. 궁극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가 내 작품을 구입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흥분을 위해 그림을 그렸고 생계를 유지하려면 다른 일을 해야 할 거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나는 그림이 판매될 정도로 점점 운이 좋아져서 작품 활동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었어도 다른 사람들이 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합니다."


잠깐 짬을 내어 남자를 방문하는 길, 경유 없는 국적기를 타 본 경험은 처음이자 최악으로 기억된다. 밥 대신 맥주를 마시고 토하고, 코 골고, 신발 벗고, 소리 지르고. 맥락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낯선 이의 동조와 관심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사람들, 남자들.


비자 처리에 시간이 걸려 낯선 공항에 두 시간쯤 앉아 있었고, 나보다 더 지친 얼굴을 한 남자는 내가 짐을 푸는 사이 무언가를 차리는데 열심이다. 실버 스푼 사왔어. 응? 얼마 전에 한글판이 나왔다고 추천을 받았는데, 일역본도 있더라고. 흠, 나 그 책 원본으로 갖고 있는데. 


동일한, 다만 언어만이 다른 붉은 표지를 보며 어이없이 웃기도. 


고추장 대신 된장에 절여진 고기는 조금 짜고, 달고, 진하고, 딱 좋을 만큼 시어서. 오늘부터 한동안은 혀의 나날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둘의 관계가 사랑 이야기로 시작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최근 읽은 회고문 중 가장 강렬했던 서두. 


종교가 과학으로 대체되던 시기라던가 여성들의 적극적인 사회 진출, 그에 따라 보다 실용적으로 변해가는 플래퍼 룩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모두의 것이지만 내 것만은 아니었던;_;, 을 응시하는 가장 정중한 관점에 마음이 쓸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