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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rvc
2018. 4. 17. 01:02
시험 공부로 밤을 새고 붉은 눈으로 강의실에 입실 했을 때, 나보다 더 붉어진 얼굴로 오늘은 시험 대신 너희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던 교수님도. 너네는 밥 많이 먹어, 수영도 꼭 배우고. 라 내 식판을 가득 채워주던 식당 조리사 분도. 내 가방에 매달린 노란 리본을 떼어버린 지하철과 버스의 어느 사람들도. 이제 그만 좀 해라, 할 만큼 했다. 라 내가 쥔 노란 파일북에 화를 내던 노약자석의 어느 노인도. 내가 옷깃에 달고 온 노란 뱃지를 지적하며 이런 걸 달고 있는 사람에게 발표를 허락할 수 없다, 라며 삿대질을 했던 그 사람도. 항구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 두통약을 건네주는 내 나이와 전공을 묻다 우리 아이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했어요, 부은 얼굴로 가만 가만 내 손을 쥐던 그 유가족 분도. 어쩌면 이 모든 기억 또한 사람과 사람입니다.
이제야 슬픔을 슬픔답게 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