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갔다;_;
사람을 물리적으로 초라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시스템이라면, 정서적인 누추함을 덜어주는 것이 예술이며 그를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언젠가 셜록에서의 Beautiful, isn't it? ...I thought you didn't care about. -Doesn't mean I can't appreciate it. 대화가 생각나기도.
디오티마에서 성공한 사업가인 아서 맥스웰이 자신은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골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일어날 일들의 끔찍함을 알고 있기에, 이사회가 불평을 토할 정도로 많은 금액을 기부한다 말하며 상대의 꿈을 묻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따금은 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탄생하고 사라지는 예술들을 생각하며 - 물론 나는 이러한 것들을 아주 좋아하고 관심도 있는 편이지만 -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금액은 예술품의 복원과 보관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희망은 가장 잔인하게 현재를 찢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지만 꿈은 적어도 내 참혹을 도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예술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쉬운 통로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현대 미술에서 untitled 혹은 no title, 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작품을 나는 작가의 직무유기라 여긴다. 자신이 생각한 주제와 의미를 관객들에게 가장 간단 +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저버리는 무책임이므로.
예술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인지하고 있는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개봉하면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러저러 일본과 엮이게 되어 줄 수 있는 도움은 주고자. 쇠고기로 갚겠다는 이야기에 난 이제 병원 일 아니면 부탁을 받지도 사례를 받지도 않기로 했다는 대답에 웃어주는 멋쩍음이 좋았다. 자막 검수를 위해 낮은 해상도로 들여다 본 영화는 좋을 것이라 상상했지만 내 생각보다 몇십 배 몇백 배는 더 좋아 몇번이고 플레이를 멈추고 숨을 몰아쉬곤 했다.
아, 정말 너무 좋네. -돈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임계를 넘어선 내 호감이.
뭐가 좋았고 무슨 배우가 굉장했고 어느 씬의 연기가 좋았고 어디의 사운드가 좋았고 여기서 음악은 빼는 게 어떨까 싶은데 여기 로케이션은 어떻게 헌팅했냐 미술팀 고생했겠네 자연광 너무 좋더라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다 다들 연기 진짜 좋았어, 라는 내 감탄에 여성 배우가 많이 나오죠ㅎㅎㅎ 라는 대답에 마음을 긁혔다. 너는 단 한 번도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놓은 적 없지.
모쪼록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빨리,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길.
뜬금이지만 내 일과의 루틴을 깰 때마다 느끼는 건데. 나는 정말 먹는 것과 그를 평가하는 행위, 이후의 기억에 별 관심이 없는 듯. 반복되는 생활에는 어딘가에 도착하면 무언갈 꺼내어 먹는다, 식사 시간에는 밥을 먹는다, 의 규칙을 지킬 수 있지만 이 루틴이 사라지면 뭐 굳이, 의 상태가 되어버리는 터라. 먹는다는 행위가 다른 많은 것들보다 우위에 있지도 않고 꾸준히 자신의 음식과 그에 대한 감상을 기록하는 사람의 성실과 섬세함에는 존경에 가까운 외경심을 품고 있지만 딱히 해당 곳곳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거의 없다. 혼자면 귀찮고; 좋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식사를 챙기는 일은 정말 마음을 놓은 상대가 아니면 내겐 힘든 일이기에. 성장기에 몰두했던 운동 탓으로 활동 반경에 따른 칼로리와 3대 영양소 정도는 고려하지만 그 외 다른 것들을 신경쓰고 싶지 않기에 길을 다니며 대충 뭔가를 물고 있거나, 맛과 상관없이 꽉꽉 채울 수 있는 장소인 부페 등지를 좋아하고, 뭔가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생기면 사나흘 정도는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 어렸을 때야 체력으로 술의 맛이 아닌 취함을 즐겼지만 나이가 드니 그것 또한.
하루이틀을 같이 보낸 누군가가 참다 참다 나는 배가 고픈데, 라는 말을 돌려 말하는 것을 들으며 어마어마한 미안함을 느꼈다. 정말 나는 함께하기에 알맞은 종류의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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