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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과 올해 봄 사이의 긴 추위, 어쩐지 많이 마음이 힘들고 피로해져 중고서점을 들어갈 때마다 NJZ 앨범을 하나씩 샀다. 어느새 그 앨범들이 총 다섯 장으로, 하루에 마흔네 번 노을을 바라본 누군가의 기분이 이랬을까 짧게 생각했다.

시간은 흐르고 몸과 마음은 굳어집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눈을 뜨고 일어나 손을 들고 무언가를 듣고 원하는 바를 소리칠 수 밖에 없지요. 마음이 있고, 입이 있고, 귀와 바라보는, 그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기에.





-어떤 나날은 우리를 깊게도 울게 하고.
일상은 단조롭다. 일하고 도서관을 가고 책을 읽고 분리수거를 하고 이따금 영화를 보고. 길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남자와 통화를 하고 내일 할 일 혹은 오늘 한 말을 곱씹다 일본어와 영어 방송을 조금 보다 잠이 든다. 가끔은, 가끔은 약간 아는 언어의 팬픽을 읽으며 그 의미를 유추해보다 꾸벅꾸벅 졸고.
많은 글을 읽었지만 이제는 문장을 기억하기보다는 흐릿한 이미지만 마음에 새기고. 매섭게 싸우는 두 기관을 오가며 어느 쪽도 서로를 이해할 생각없이 혀만 차대는 둘의 사정을 이제는 알아차린 나만 반쯤 한심한, 나머지 반쯤은 맥빠진 기분으로.
양쪽 어디도 반기지 않으나 다만 자존심으로 누구도 포기하지 못해 일렁이는 표면에 손을 댄 나만 난감하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오래 살아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나, 하는 철없는 마음만.
사람이, 사랑을.


-오랜 연모.
미드소마를 보다 영화관을 나온 경험이 있는 나는 이제 스스로 견딜수 있는 잔혹의 강도를 잘 알고 있어서, 세평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마음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 때가 있다.
아침잠이 늘어, 알람을 열다섯 개쯤 맞추고 그 알람을 끄기 위해 만들어진 캡처화면에 웃는 출근길.
내게 학벌이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버틸수 있는, 그럴싸한 입학장보다는 이 시간을 버텼다는 졸업증서가 중요했던. 머리와 지능 또한 알 수 없는 부모보다 환경이 챙긴 체력과 근육, 몰입해 앉을 수 있는 집중력에 많이도 기댔었고.
그래서 나이가 조금 더 들고 어린 층의 수가 얇아지면 그 중요성이 더 낮아질것이라 생각하여 요즘의 세태가 약간 당황스럽고.
학벌이 적절한 운과 시기, 노력할 수 있었던 당신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처럼 당신의 미래와 일대일로 등가교환되기엔 힘들어서. 어느 쪽에도 과한 무게를 싣지 않았으면.
꼰대의 발언이지만 과거의 무언가가 미래의 나를 보장해주는 것은 체력 - 건강이 아님 - 뿐인듯.
교수자의 말랑함은 때로 나를 웃게, 자주 나를 짜증나게 하고.




고요한 얼굴과 그 낮은 언어들이 미친듯 좋았으나 조금 더 나이든 배우가 필요했으리란 내 의견은 변함없고. 여전히 설정 외 대사와 행동 연출 장면 연결 모두 게으르기 짝이 없는 영상 속에서 그 얼굴이, 얼굴들이.




-그렇구나, 그저 배부른 마음으로.
장내가 어두워 몇번이나 발을 헛디뎠고, 설명조차 읽을 수 없음에 그저 그 광채와 휘황만을 오래 들여다보며.
여전히 아주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나면 모든 식욕이 사라지고.
소유욕과 물욕이 일렁일 때에도 장엄한 것들을 보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이런 것들이 세상에 있는데, 왜 내가 미달하는 모자람을 굳이.
긴 연휴, 전 이틀쯤 출근을 하고 하루 교육을 받고 밀린 책을 읽고 홉스봄의 저서 하나를 원문으로 볼 생각으로 몇몇 전시를 기억해두었습니다. 제가 알고 떠오르는 분들 모두 배부르게 즐거운 연휴 되세요.




마음껏 빚을 져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던.
크게 미각에 휘둘리진 않지만 제육과 튀김을 좋아하고 자주 화장실을 가고 칼로리 소모가 빠르고 근육이 잘 생기고 살이 빠지기보다는 아랫배에 모이는, 나를 두고 어느 수련의가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남자처럼 먹고 남자처럼 소비하네요? 그들이 체중계에 관심없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서툰 변명을 덧붙일 때마다 그래서 네가 선출이구나, 라는 단정에 그저 웃고.
나는 이제 물러설 수도 없는 어른이 되어서.
토하면서 슈니츨러를 읽고 입센을 음악과 편곡으로 해석하다 하반기 즈음의 메켈레와 임윤찬을 고민하며 주미 강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내 무지를 두려워하는지.
책에서 아무것도 얻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오래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세계가 그곳에 있어서, 그리고 당신의 실제를 나는 조금쯤은 부러워했을 겁니다.
나는 언제나 기약없는 감정을 받기보다는 내가 아는 무언가를 주고싶어서. 그래서 차가운 길가에 함께 앉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목소리를 높여 환호하고, 얼어붙은 손으로 박수를 치고.
-나는 절반쯤은 개다. 나는 절반쯤은 풀꽃이고. 나는 절반쯤은 비 올 때 타는 택시. 나는 절반쯤은 소음을 못 막는 창문이다. 나는 절반쯤은 커튼이며. 나는 절반쯤은 아무도 불지 않은 은빛 호각. 나는 절반쯤은 벽. 나는 절반쯤은 휴지다. 절반쯤 쓴 휴지다. 네 눈물을 닦느라 절반을 써버렸다.
젊고 사라진, 어쩌면 그 때문에, 혹은 그로 인해 선명한 글들을 읽는다.



세상에 이런 웃음이, 이런 눈물이 고이는 얼굴이 있었구나.
약간은 덜 화를 내고 미움의 강도를 낮추려하는 새해. 이제 절반쯤 남자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땅의 입국처는 나를 아주 길게 붙잡았고 이민법을 전공했다는 남자의 동기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로 바뀔지 알지? 불편해지지 않으려면 가능한 빨리 법적 절차를 밟아, 라 강하게 이야기했다. 남자는 날 보며 희미하게 웃었고 나는 차창만 바라보며 그 대화를 못 알아들은 척 했다.
짧은 일주일, 평균보다 약간, 아주 약간 높다는 남자의 연봉에 주거 혜택을 받은 집은 나쁘지 않았지만 외식은 비쌌고 이따금의 거리는 버려진 주사기가 흥건했다. 장을 보고 산책을 하고 미술관과 도서관을 다니며 드물게 영화를 보는, 대부분 모자를 쓰고 맨 얼굴에 마스크를 한 내 얼굴에 많은 사람들이 미스, 미스터? 를 물었고 나는 짧게 눈으로 웃었다. 니하오는 드물었지만 굳이 어깨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슴이 막혀 한참 숨을 몰아쉬다 다시 바닥을 보며 걷곤 했다. 말간 해에 말을 할때마다 부서지는 새하얀 입김이 기묘하게 몽롱하여, 자주 선 자리를 잊고 지도앱을 들여다보았던,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근 것마냥 천천히 불어가던 나날.
다시 돌아오는 길. 일본에서 아주 좋아하는 분들께 드릴 것들만으로 채워진 에코백을 가지고 바로 시위에 나갔고. 핫팩 자국으로 발갛게 태워진 피부를 씻어내리다 내일은 뭔가 바뀌길, 가만가만 중얼거리기도 한다.
지금 나는 예술을 하지 않지만, 예술을 하는 이들은 언제나 모든 것을 의심하고 깨부수며 돌을 던져야 한다는 학교의 교육을 나라의 돈으로 받았기에. 내 부채는 움직이는 것으로 갚을 수 밖에 없고.
모처의 공론화나 나와서 개인의 의사를 터놓는 것이 겸연쩍다는 지인의 말에 왜? 대꾸하니 단 둘이서 외진 곳에서 들어야하는 은밀한 이야기를 공개된 장소에서 듣는 부끄러움을 이야기하여, 음.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 난 이제 잘 이야기하고, 잘 닫고, 자주 그저 잊는다.
많은 것들을 여권 탓으로 돌린 나는 빠른 재발급을 위해 보정도 조명도 없는 지하철 즉석 사진기를 골랐고. 주름지고 피로한 여권 속 내 얼굴이 생각 외로 마음에 들어 약간 놀랐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이렇게 조용히 나이가 들었네, 하고.
-가능한 많은 이들이 춥지 않은 밤이기를.

Glinda, come with me
Think of what we could do, together
Unlimited
Together, we're unlimited
Together, we'll be the greatest team there's ever been
Glinda, dreams the way we planned 'em
If we work in tandem
There's no fight we cannot win
Just you and I, defying gravity
With you and I defying gravity
They'll never bring us down
Well, are you coming?
I hope you're happy
Now that you're choosing this (you too)
I hope it brings you bliss
I really hope you get it
And you don't live to regret it
I hope you're happy in the end
I hope you're happy, my friend
So if you care to find me
Look to the western sky
As someone told me lately, "Everyone deserves the chance to fly"
And if I'm flying solo
At least I'm flying free
To those who ground me, take a message back from me
Tell them how I am defying gravity
I'm flying high, defying gravity
And soon, I'll match them in renown
And nobody in all of Oz
No wizard that there is or was
Is ever gonna bring me down
I hope you're happy (look at her, she's wicked, get her)
Bring me down! (No one mourns the wicked, so we've got to bring her)
Oh! (Down)
늘 그렇듯 뮤지컬이라는 형식에 큰 관심은 없었으나 나를 찾고싶다면 서쪽 하늘을 바라보라는 위엄 넘치는 기개에 마음를 빼앗겨.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숨도 쉬지 못하고 얼어있는 내게 어떠냐는 물음에. 생각해봤는데 나는 늘 왕자가 되고 싶었어, 누군가의 공주가 아니라. 너는 웃으며 내 뺨에 키스했고 나는 이유도 없이 울고 싶어졌다지.
계엄이 있을때 여의도로 뛰어나갔고 다음날은 광화문, 그 다음날은 열한시까지 야근을 하고 꾸벅꾸벅 졸며 막차를 타고 인천공항, 일본을 잠시 거쳐 남자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제는 남과 북을 거론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제게 한국은 어떠냐 물으며 걱정섞인 인사와 잡담을 나누고 누군가는 진지하게 망명을 권유하기도 하네요.
겪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저는 - 창작의 자질이 기본적으로 미흡한 - 언제나 현장에 있으려했고 가장 평화로운 때 사라짐을 꿈꿨던 만큼 감히 저의 어떪으로 약간이나마의 것들이 나아지길 항상 바라왔습니다. 절망과 피로뿐이었던 근간, 우리가 앞서겠다며 젊음은 뒤에 있으라 등을 보이던 연륜과 출근해야하는 회사원들을 모아 욕실을 내준 분, 샤워를 하는 사이 아침 식사를 챙겨주신 분, 지하철역까지 차를 태워주시며 내일은 나을것이라 고요한 위로를 건내주신, 이상하리만큼 피로가 없었던 그 밝고 추웠던 아침을 저는 오래 기억할 작정입니다.
출발 네시간 전까지 가는것이 맞나 망설였던 비행이었지만 어쨌든 잘 도착한 저는 이곳에서 목소리를 내보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시국이지만 안녕하시길, 저도 열심히 안녕하겠습니다.




당신의 얼굴, 나를 자주 허물어뜨리는 그 미소.



익숙한 것의 다른 관점.
어느덧 마지막 달이.
요즘 새로운 일과 공부와 덕질에 이리저리 휘둘리느라 이곳을 신경 쓸 겨를이 없네요. 저는 여전히 욕을 하며 일을 하고 가끔 웃고 동료들과 카레를 먹고 주에 두 권쯤 책을 읽고 자주 영화를 보고 늦은 저녁의 전시회를 감상하고 계절성 빵과 간식들에 간간히 눈을 두다 터진 자국을 얼기설기 꿰맨 장갑을 끼고 길게 자전거를 타곤 합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얼마 전 아침에는 올 겨울 처음으로 뜨거운 커피를 산 기념으로 입김과 단풍과 나무의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네요.
멀든, 가깝든.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분들의 안녕을 소원하며. 춥지 않고 바쁘지 않으며 아프지 않은 연말 되시길 바랄게요. 저도 그럴테니까요!


이 하남자 영화가 재개봉한다니.
주말의 기억이 내내 좋아서, 그 기억으로 출장과 행사가 있는 이 한 주를 버틴다.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업무를 하다보니. 재미와 짜증과 공포와 잘 될까 뭐 어떻게든 되겠지와 통달의 감각이 함께 밀려오는 것이. 이래서 한 회사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 특유의 게으름, 그에 더한 체념과 달관이 있구나 싶고.
전문 연구자들끼리 피어리뷰를 해도 개판이 나는데 왜 사람들은 검증되지 않는 이들이 알수 없는 채널을 통해 논하는 분석과 주장을 신처럼 따를까. 이따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타당한 의견보다 어쨌든의 확신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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