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답고, 치졸하고. 우습고, 슬픈.
사흘동안 몇십페이지의 보고서 열 개를 돌려썼고 연휴 직전 저녁 9시에 쏟아진 업무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더 드라마와 가능한 사랑을 보고 서서울시립미술관을 들렀다 - 내 범위는 설치미술까지인듯 - 대림중앙시장에서 어렴풋 기억에 남은 중국어를 뒤져 코코넛맛 유에빙과 밀전병을 샀다.
충동적으로 뮤지엄 산의 티켓을 예약했고. 이 시대의 고소득자는 경험과 여행을 중시하고, 중저소득자는 소유에 천착한다는 기사를 읽다 유산계급이 되지 못한 나는 공간이 없어 사라지는 기억에 매몰된다는 생각을 했다.
없고, 없어서.
멋대로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있고 고마우신 모든 분들이 이 명절을 잘 지내길 바라본다. 평안히, 무탈히.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당신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나뭇잎들이 흔들릴 때, 바람은 그곳을 지나가고 있지요
떨이과일이 아닌 과일을 살수 있고, 마음에 드는 중고책을 거리낌없이 고르며, 얼리버드로 뜬 관람권 따위를 죄책감없이 결제하고.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소비세태에 아연함을 느끼다 망연히 생각한다. 이제는 그 누구도 가난을 이야기하지도, 그를 지켜보려하지 않네, 하고.
남루함 그 자체보다 그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특함으로 치하하는 세상. 모두가 살균되고 표백된 우위에 있으려 하는 오만.
나의 옛 가난보다 지금의 비루가 더 어렵고 모질다고 생각되는 즈음.


가리모쿠와 니체어를 오래 좋아했고, 예산도 공간도 없다는 결론을 느리게 내린 나는 당근으로 나눔받은 낡은 양산형 안락의자에 만족하고.
자신의 취향을 타협하지 않았던 지인이 레트로 열풍의 곁바람에 오랜 취미들을 높은 가격으로 거래했다는 소식에 웃는 얼굴을 보내며 생각한다. 내 타협이 돈이 되는 일은 전에도 후에도 없겠구나, 하고.

요즘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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