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티는 것도 지겨워 무작정 자리를 떠 평일 저녁 전시를 보러갔다 종료 며칠 전+무료 입장이라는 사실에 전시보다 사람이 더 많은 공간을 경험했고. 연착된 지하철로 순환 없이 매캐하리만큼 더운 승강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구경하려 더 몰리는 양상을 보며 사람들은 타인의 재난에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다.
오래 전 맞춰두고 안 입는 한복을 나눔하겠다는 분이 있어 생각없이 신청했다 화사한 두루마기에 속치마까지 넘치는 한 상자를 받아 가을의 한복과 고궁 나들이를 떠올렸고. 겨울용 정장 블라우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 또 나눔이 있어 보낸 메세지에 여름 옷에 푸딩, 간식, 음료수까지 또 잔뜩 챙겨받은 종이봉투를 들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커피 한잔을 사드리고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든 정말, 사람으로 살고, 사람으로 죽는다.

그 사이 장물전;도 관람했고. 굳이 움직이기 애매한 거리와 홍보 부족 탓이라 생각했지만 사람이 너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만큼 흥미로운 전시라 여겼기에.
좋다고 생각한 것은 죄다 컬렉션의 일부였기에 어쩌면 이렇게, 하는 한숨을.
가지지 못한 욕망이 폭발하던 시기는 이제 내게도 사그라들어, 가능하면 있는 것을 적당히 고치고 꿰매고 맞춰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새것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은 돈과 시간을 요구하면 좀 곤란해지고.
최근 산 것 중 가장 잘 쓰고 있는 것은 코코넛 오일. 여름이라 녹일 필요도 없어 머리카락이며 온 몸에 바르고 있는.
굳이라면 차라리 조금 더 걷고 심야버스를 타기에. 택시를 탄지 얼마나 되었나, 이따금은.
이 모든 절약은 미친듯 틀고 있는 에어컨과의 등가교환으로;_;
운동을 한 과거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회자되는 내 전학교는 정말 부담스럽기 짝이 없고 - . 군살이 늘고 있지만 어쨌든 잘 소화하고 적당히 자고 곳곳에 자리한 근육 덕분으로 아직도 몇킬로 쯤은 너끈히 뛸수 있는걸 생각하면 어쩌면 십 대에는 운동을 하는 것이 긴 생에 가장 효과적인 투자가 아닌가 더듬어 보는 때가 있다.



-아름다운 걸 보면 영원히 웃고, 슬픈 것을 보면 오래 울고 싶다. 내가 무뎌지는 것이 가장 두려워지는 연배.
어느 나라를 처음으로 다녀왔고. 긴 출장에 모두가 간다는 관광지가 아닌 연구소와 기관, 정부 부처를 옮겨다니는 일정에 한국과 무엇이 다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만 현지 코디네이터가 이야기해준, 초원 위로 쏟아져내리는 별빛을 당신이 겪을 기회가 있길 바란다는 그 애틋한 문장을 가만히 새겼고.
개성없이 무난한 인상으로 어디를 가든 그 나라 사람처럼 생겼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에. 역시나 이 나라 북쪽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야기가 칭찬 고맙다, 는 내 대꾸에 돌아오는 웃음들이 좋았다. 향취가 독하다는 고기며 만두도 나는 거리낌없이 먹고 잘 소화했고.
누구도 원하지 않기에 내게까지 온 자리를 오래 거절했다. 결국 퇴사를 거론하는 내 언어에 사람들 사이에는 일종의 급이 있으며 우리와 같은 급들은 맞는 미래를 잘 가꾸어야한다, 힘찬 대답에 그만 질리고 말았다. 졸업한 학교들의 몇몇 면을 제외하면 저는 주보호자가 없는 고등학교 중퇴자로 어쩌다 노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그 모든 과거를 한 단어로 급, 이라 표현할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맞춰보자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 앉을 다짐을 하긴 했지만 내 실망도 낮아진 기대치도 여전하고.
언젠가 이야기했었지. 나를 사랑하기로 운명지어진 마음을 감당할수 없어, 내 인생에는 아이가 없을 것이라고. 한편으로 지금 누군가 나타나더라도 적절히 거리를 유지할수 있는 고요를 키우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덥고, 지치는 일들 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그마한 재미라도 얻으실수 있길 바라며. 모쪼록 건필, 여름감기, 이사 모두 무탈히 잘 해결되시길 바랄게요.
이래저래 많이 버리고 기부하고 드물게 이것저것 산 달이기도 했던 오월. 이따금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오래 달아두었던 액자가 떨어지며 벽지가 길게 찢어져, 가릴 생각을 하다 운좋게 당근에 올라온 빈티지 아이템을 구입. 조명보다는 벽걸이로 쓰고 있다, 이케아.

친구의 조각품을 잠시 다룰 기회가 생겨 담아 움직일 수 있는 웃기는 가방을 하나쯤 사고싶다고 생각한 차에 역시나 당근으로. 추후 내가 알만큼 꽤 이름있는 디자이너의 콜라보 제품인걸 알고 놀람. 그리고 생각보다 컸다;

도쿄에 하루 머물때 살까 생각했던 책인데 마침 다른 책을 주문할 기회가 생겨 함께. 존 레논이 본 일본, 이라는 제목처럼 간단한 그림과 영어-일본어 단어장스러운 구성이 재밌어서. 직접 그렸다는 삽화가 꽤 조야함.

잠깐 이야기한 기억에 일본을 다녀온 모님이 사다 주신. 페트병을 오래 보냉할수 있는 장점에 매끈한 디자인이 귀엽지만 생각보다 두껍고.

그 외 들여다보는 중고 가리모쿠 의자가 하나 있고 - 있는 것이 낡기 전에 들일 생각은 없지만 - , 오래 전부터 눈여겨 봤던 그림이 하나 있지만 그를 걸만한 공간은 없어.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시는 분들 덕에 과한 포만감을 느끼는 즈음. 소유와 공간은 직결되지만 그를 만들고 욕망하는, 그리고 이어지는 감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하고.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