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감정과 갈등의 이야기인 동시에 권력과 애정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건으로 연결된 인물과 장면은 기이하고 극단적이며 이따금 아름답고 대부분 역겹습니다. 자연스레 가해자라 생각한 인물들이 어색한 구도의 피해자가 되며, 이상한 방식으로 힘을 얻은 피해자들이 관객의 기대를 배신한 권력-가해를 휘두릅니다. 서로를 향한 엇갈린 애정은 종종 칼날이, 죄책감이, 이해할 수 없는 계급hierarchy이 되어 이와 얽힌 모든 각각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누구도 온전하거나 결벽하지 않으며,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만한 인물은 정말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독은 이 여자고등학교라는 공간이 수도원처럼 보이길 원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기에 이 공간은 여자, 고등학교라기보다는 미성숙한 동성과 그들의 관계, 그럼에도 유지되어야 하는 갑갑한 구조가 숨막히게 얽혀있는 밀폐된 상자 속에 가깝습니다.
어떻게든 버텨낸 초반 한 시간에 비해 개인적으로 중후반의 삼십 분 가량이 정말 좋았던.
남성의 계층과 권력 구도를 그려내는 방식이 너무나 초현실적이라 내내 감탄했는데, 그러한 권력의 말미에 위치한 남성을 몰아내는 방식이 정말 남성 감독의 그것이라 웃음을 참지 못했던.
특히나 배우들에게 힘을 많이 준 영화라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눈이 갔지만, 개중 무용을 했을 것 같은 - 목이 길고 등이 곧으며 자세가 뚜렷한 - 이미지의 배우에게 특히나 약한 나라. "한솔이가 되어 연기하는 동안 행복하지 말라고 하셨다. 영화와 동떨어진 채 내 개인적인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셨다. " -감독 무슨???
영희 배우의 행동언어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소매를 길게 내어 눈가를 거칠게 닦거나 멋대로 앞머리를 흐트러트리는, 아직 완전히 다다르지 못한 아이들의 동작.
내 지난 작년을 모르고 왜? 라는 물음 던지는 이를 만나, 여적 상처로 남아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작년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혹시, 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그런 건줄은 몰랐어. 너였네. 너는 무척이나 힘들었겠지만 네가 아니었다고 말하면 그게 내게는 더 의문이었을 거야. 너였구나, 고생했어. 라는 말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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