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보다 훨씬 더 밝고 경쾌하며 군더더기 없이 나아가는 영화였습니다.
이는 정도 이상의 명망을 지닌 배우라는 스스로를 지우고 감독으로서 자신이 바라 본 인물, 즉 배우 - 내가 만들어낸 세계에서 내 상상이 덧입혀진 케릭터의 재현에 있어 실제 인물과 가상의 인물, 즉 이것은 연기이며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배우이기에 고유의 이미지를 지닌 겹겹의 인간임을 잊지 않는 - 의 이미지와 그 연기를 먼저 내세운 감독의 연출에 기한 바가 큽니다. 근간 이렇게 재미있게, 그리고 즐기며 연기하는 한국 영화와 그 배우들을 본 적이 있었던가요?
채 자라지 못한 채 부모가 되고 여자가 되고 연인이 되며 다시 어머니가 되었다 결국 다시금 조금쯤은 변화해야 할 어른이 되어버린 미희가 특히나 좋았습니다. '"나, 사랑해?" 라 마지막 사랑에게 끊어내듯 되묻던 그 눈물과 웃음과 포기와 비겁의 순간이.
갈 곳 없는 어른들은 자동차라는 좁은 공간과 집, 식당, 병원이라는 몇가지 장소를 맴돌고. 이동의 권리가 적기에 오히려 그 범위가 넓어진 미성년들은 온갖 장소들을 날듯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그리하여 제게 이 영화는 공간이었네요.
장류진 작가의 신작 중 어느 외국을 배경으로 알던 여자를 만난 어느 남자의 착각을 그린 소설이 하나 있는데.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안달이 난 남자의, 우리 대화 잘 통하지 않았어요? 물음에 여자가 답한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희한하리만큼 과거의 연락들이 닿고 있는 즈음. 난 우리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 라는 내용을 돌려 이야기하는 갖가지 개소리에 음... 내가 배려를 열심히 했던 게 아닐까? 라는 답변을 달고 있는 요즘.
-포기할 수 없는, 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당신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의 팬.
이대로 이대로 날 떠나 가나요
그래도 그대로 날 보고 있나요
눈부신 하늘과 그대 그 눈빛은
너무도 밝아서 난 볼 수 없나요
긴 햇빛 속에 있다 보면 잊혀질 줄 알았어요
눈이 멀진 몰랐어요
긴 겨울 속에 있다 보면 무뎌질 줄 알았어요
슬픔만이 흩날려요
이대로 영원히 날 울게 한대도
그대로 이곳에 머물고 싶어요
타버릴진 몰랐어요
부숴질진 몰랐어요
-긴 햇빛 속에 있다 보면 잊혀질 줄 알았어요. 그래도 음악이 나를 구원하고, 내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노래가 내 눈을 뜨게 하고, 나는 한숨을 쉬며 오늘 하루를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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