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눈을 뜨니 어둠.
-설사 내 것일지라도 모든 것을 온전히 아는 이는 드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무언가를 확고히 선언하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문장, 공공에의 맹세. 그리하여 형태없던 하나의 것이 단단하게 다져진 반석이 되는.
"멘데스 양에 대해 얘길 좀 해주세요. 사진들을 본 적이 있어요. 아름다운 여자더군요."
"아름답고, 영리하고 아주 용감한 여자지요." 산도즈가 말했다. 그 말이 왠지 귓가에 울리고 있었다. 그가 목을 가다듬고 나서 한쪽 팔로 눈가를 훔쳐 닦았다. "그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바보라고밖에 할 수가 없죠." 베르가 부드럽게 말했다. 어떤 신부들은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
"맞아요. 바보예요." 산도즈도 동의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사실 그것은 당혹스러운 말이었다. 산도즈가 이번에도 예상하기 힘든 말을 했다. "성경에 나오는 카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신실한 믿음으로 제물을 바쳤어요. 그런데 왜 신이 거절했을까요?"
산도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 멀리 있는 바다로 향했다. 멀리서 작은 사나이가 작은 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해변을 반쯤 걸어가 커다란 바위 위에 몸을 올렸다. 자신이 종종 앉곤 하던 바윗돌이었다. 그것을 보며 베르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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