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언제나 굉장한 배우의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웃으며 정면을 바라보는, 원하지 않은 것에 눈을 돌리지 않는.


내게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아버지의 죽음 뒤 꺾인 꽃처럼 느리게 말라가던 조부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때가 있. 언젠가부터 눈을 뜨면 그 코 밑에 손을 넣어 숨을 먼저 살펴보던, 끝내 내가 함께 하지 못했던 마지막과 그 이후의 진창이라던가.  


 "무엇이 신이 아닌지는 알 수 있지만, 무엇이 신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듯, 나도 무엇이 신이 아닌지는 압니다. 그는 절망이 아닙니다. 공포도 아니고요. 그는 목에서 캑캑 막히는 흙도 아니고, 무에서 무로 소멸해가는, 귓속에서 불길하게 윙윙거리는 소리도 아닙니다. 또한 세계가 우발적으로 생겨날 수 없다는 것과 어쨌든 '정신'이라는 것이 우주가 생성되는 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지요. 그런 '우주정신'이든 '제1원인'이든 '절대'든 '자연'이든, 그에 맞는 이름을 찾으려 할 때 신의 이름이 우선권을 가진다는 것이 나의 소견입니다. 


-그에 맞는 이름을 찾으려 할때, 우선권을 가지는 신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