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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무언가 실수를 하고, 그 실수에 대한 인과를 듣으며 질책을 받고, 그 실수가 불러올- 혹은 불러온 결과에 대해 스스로의 자괴감에 빠짐에도. 지금 내 시간들이 모든 것들의 결과가 아닌 그저 어딘가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딛고 나아갈 수 있는 나날.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저는 십대 초중반에 제가 생각했던 것을 모두 이루었기 때문에, 이후의 삶은 마치 덤으로 던져진 것 같아요."  


오로지 알고 실망하는 것만 남겨진 것 같았던. 


여성의 육체적 완성도를 간단히 자신의 것 이하로 폄하하는 보통 남성들의 시선들, 행동들, 그 알량한 도전의식들. 


-거칠게 짜여진 대바구니, 빛을 투과하는 투명한 물병, 습기 고인 뚜껑의 타파웨어들, 조금 겉이 마른 바게트, 결이 딱딱해진 빵들. 해에 달궈진 달콤한 카시트 내음, 눈꺼풀을 떨리게 하는 풀, 흙, 바람, 뜨거운 공기의 냄새와 온기에 말랑해진 슬리퍼, 온갖 것들에 지문이 남겨질 것 같은 그 열기와 갖가지 감각들.


고개만 끄덕여준다면, 저는 덩그러니 놓여있는 피크닉 바구니 안을 가득 채워 그 빛과 바람 아래서 당신을 기다릴 겁니다. 내가 아는 당신이 고개만 끄덕여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