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봄과 보여짐, 돌아봄과 돌아보길 원하는 마음에 관한.
시인이 의지이자 화가의 신념이었던, 잠든 Héloïse의 곁에 눕기보다는 콩테를 우선 들던 Marianne의 시선이. 그런 Marianne의 눈을 피하지 않으며 그가 돌아보길 원한 것일 수도 있다 이야기하던 Héloïse의 단단한 어조가.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순간과 영원이 되어 비발디의 여름을 배경으로 한 기나긴 응시 - 어쩌면 Marianne의, 그리고 관객의, 혹은 감독일수도 있는 - 를 남깁니다.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습니다, 는 제 상투적인 감탄사였지만 제가 찍고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정말 저는 이런 영화를 찍고, 그리고 싶었습니다. 악기는 오로지 실내악만이 존재하는 세계의, 그리하여 낡은 고택이 삐걱이는 소리, 세찬 바람이 부는 소리, 바다와 육지의 다른 공기의 흐름이 자아내는 그 기묘한 화음,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음울하고 선명한 단조들, 마침내 어느 실내에 앉은 이들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오케스트라의 강렬함까지.
영상은 물론이거니와 무척이나 소리를 잘 쓴 영화입니다. 제 올해의 영화로군요.
또 이야기할 수 없는, 혹은 이야기하려했지만 이미 묻어버린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가 직업을 바꾼 것을 비난하던 옛 동료의- 너는 나처럼 비서가 필요한 종류의 인간이야, 너 혼자 그 남루하고 화려한 세계의 일들이 모두 없던 것처럼 도망칠 순 없어. 각각의 단면을 지닌 언어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순간의 후회와 고독, 내가 어떠한 말을 해도 그 동료에게 닿지 않을 것이라는 쓰라린 믿음이.
그리고 아주 좋아하는 분들을 만났고, 하나하나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부드럽고 따스한 음식을 먹었고, 그 집에 초대를 받아 어쩐지 꿈같은 시간을 보낸 뒤 신사역까지 걸으며. 내가 그려본 적 없었던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는 어떤 공통된 것 뿐만이 아닌, 각자의 영역과 다름을 이야기하고 나누며 공감할 수 있게 된 연륜에 대해.
언제나 이후의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
잘 지내니?
나 역시 가끔 네 생각이 났고, 네 소식이 궁금했어.
너와 만났던 시절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 거야.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 전 일이 돼 버렸네?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 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것 같아.
너한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한테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용기를 내고 싶어.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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