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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안에 자타를 끌어들이는, 그리하여 경계를 무너뜨리는 종류의 예술에 늘 무릎 꿇는 나이기에. 거기다 최근 본 전시 중 가장 훌륭한 레이아웃 - 몇 없는; 전시 사이의 충분한 여유 또한 - 을 자랑했기에.


아무도 없는 전시장을 빌린 듯 거닐며 이렇게 좋은 전시를 이렇게 늦게, 이렇게 또 나만이. 하고 홀로 고민했다.


개인적 사정으로 인터넷도, 냉장고도 세탁기도 없는 시간을 흘려보낸지 3주. 도서관조차 문을 닫아 매일 매일 새로운 반찬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쟁여둔 책 여남은 권을 읽거나 모르는 단어를 외우거나 했다. 하나의 선택에 하루의 모든 것이 좌우되었던 덧칠 없는 나날. 맵고 짜고 달고 신, 실패뿐인 새로운 반찬 젓가락을 가져다대며 히가시무라의 [그리고, 또 그리고]의 문장을 떠올렸다. "선생님의 모든 것은 언제나 진짜였어요."


그리고 내가 만든 진짜들은 정말 맛이 없었지요.


나 또한 모든 빛이 검길 바라던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