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대책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보고 싶었던 나날.


사람의 악의와 바닥, 굴하지 않는 희망과 호의와 문득 웃다 문득 꺾이다, 그럼에도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야 하는 일과와 규칙에 차츰 한숨이 줄어들었던. 나는 언제나 무감각해지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그 무감각이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확고한 경험과 명확한 반복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어떠한 것들에 있어선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감정과 시간의 낭비를 줄이다는 면면의 전문성에 대해 다시 생각했던 시간


도서관을 가지 못해 미칠 것 같고.


님이 알려주신 [A one-take journey through Russia's iconic Hermitage museum]을 배경음악처럼 틀어놓은 채.


도움을 약속했던 남자의 입국이 결국 무산됨으로 혼자 이사의 마무리를 하며 수도 없이 욕설과 짜증을 곱씹다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라는 마음으로 제 풀에 주저앉기도 한.


그럼에도 여전히 낡은, 그러나 새로운 집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어- 어서 다음 달이 되길, 하고 기나긴 휴일 전날 마냥 일없이 부풀어오르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