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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특성을 제대로 부각시킬 수 있는 조명, 촬영, 색감을 쓰는 서양의 에디토리얼이 정말 드문 이유.


 날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사랑을 맞닥뜨린다. 어느 날은 두려움이 어느 날은 사랑이 이긴다. 때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에 대해 판단분별을 실컷 하고 난 밤이면, 그 판단분별이 사실 자신을 향하고 있던 것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오늘 나는 행복하지 않았구나, 하고. 그때 가만히 그림자들을 들여다본다. 외로움, 비열함, 옹졸함, 수치심, 두려움.

 올해는 안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던 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니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을 아프게 깨닫고 나니 해방감이 찾아왔다. 옳고 그른 것을 나누기란 어렵고 어제까지 안 것이 틀릴 수도 있음을 경험하는 것, 그것은 ‘진짜’를 찾아가는 고된 여정에 찾아오는 은총이다. 그 은총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재단하는 ‘묽은 우유’에 점차 덜 기대게 될 힘을 얻게 된다. 곰팡이들을 햇볕에 내놓을 때마다 삶은 비로소 총천연색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어제는 이미 죽었다. 당신도 내가 그러하듯 ‘나다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일 뿐임을. 나는,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아름답고 천박하고 고귀한 그 모든 것임을.


TV로 유튜브를 볼 수 있게 된 이후 랜덤으로 비디오를 재생시켜 놓곤 하는데, 이른 바 성장 비디오라는 것이 가끔 흘러나와 생각없이 몰입하는 때가 있다. 아직 굳음이 닿지 않은 발바닥과 주름 없는 관절들, 진했던 모반birthmark가 점점 옅어지는 과정, 처음으로 웃음이라는 사회화가 이루어진 뒤 점점 짓게 되는 표정의 다양성 등. 몇십년의 세월을 짧은 시간동안 축약해놓은 짧은 비디오에 이따금은 꽤 뭉클하다, 이따금은 신이 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가정했을 때 인류가 나타나 이룩한 발전은 12월 31일의 58분 쯤에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누군가에게는 단 한 순간일 뿐인 지금 이 시간, 분, 초의 영원을 보내는 모든 성장의 위대함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