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느 르포 작가가 쓴 본토항공전 당시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찬찬히 읽고 있다. 낱장을 넘길 때마다 spitfire에 대한 마음만 깊어지다- 모님의 배경화면에 자리하고 있던 어느 포스터를 떠올린다. 내 기억이란 매양 이런 식이다. 누군가 관계된, 누군가 떠오른, 누군가 만났던, 기쁘고 슬펐으며 남김없이 소비했던 마음들.
-"공포는 소리로 먼저 왔습니다. 정말 기괴한 느낌이었죠. 격렬한 소리 이후의 정적,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던 그 스산한 감각."
다른 나라의 언어로 된 무언가를 읽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누군가는 말한다. 독서는 아무 의미 없는 행위라고, 다독이 그 사람의 인격을 보장해주지도 절독이 누군가의 인성을 낮추지도 않는다고. 난 늘 애매하게 웃으며 대꾸한다,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해서요. 제가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는 순간이, 절대 쓰지 못할 단어와 문단들을 너무 좋아해서요. 그리고 늘 삼키는 문장들. 제겐 그 작은 도서관과 책들이 도피이자 세계였거든요.
이제는 도서관으로 피할 수도 없게 된 아이들, 청소년은 어디에서 그 축축한 시간들을 버텨낼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는 멍청한 부자들을 싫어해본 적 없건만 Elon Musk는 정말이지 싫다. 현 시간의 주적ㄱ-.
이따금의 햄버거 외엔 외식조차 드물어진데다 배달 음식이나 인터넷 몰의 식료품을 주문하지 않고,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근처 슈퍼마켓의 떨이 야채, 과일 약간을 사와 그날그날 소비하는 식의 식생활을 이어가다보니 정말 소비 자체가 줄고 있다. 언젠가 미니멀리즘은 모든 것을 이용한 뒤 진짜 좋은 것을 골라 가질 수 있는 이들이 행할 수 있는 생활 방식, 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너무 많은 쓰레기들이 생산된다 여기는 시기이다 보니 미래가 없다 생각하고 생활했던 과거의 물품을 소비하는 것만으로 근근히 현재를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워졌다. 연륜이 더해지다보니 유행에 둔감한 것이 허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있고.
케이스 없는 아이폰5에 줄 이어폰을 매달고, 오래된 캔버스 천가방에 쑤셔놓은 페이퍼북 몇권이 힙으로 치부되는 세상. 이 또한 내가 정도 이상 비루하지 않기 때문에 적용받을 수 있는 시선이라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지. 이 모든 고식적 가짜들과 남루하기 짝이 없는 진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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