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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se’s costumes change as she changes. What do they tell us about her character?

 Jane and I liked the idea of her hiding out in her bedroom in her nightgown when she’s drinking too much or hungover or too scared to go out and face Phil. In those scenes, she’s feeling vulnerable. We thought it was important that her hair was wet like she was always taking baths and that she was always in these pale and delicate rose colors. Her skin kind of blends with the colors of the nightgown. We also didn’t want her to seem like a gold-digger either, like she was spending George’s money in frivolous ways. That’s not Rose.

 

조지 버뱅크가 로즈 고든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지켜보다 "You're marvel."이라 중얼거리는 대사가 내 가슴을 사정없이 흐려쳐서. 누군가에게 반하고, 그 반함에 일렁이는 마음을 차마 다 표현할 수 없어 최대한의 근사치를 짜낸 저 문장만큼 최근 나를 흔들리게 한 것이 있나 하고. 

 

실로 신은 입술 끝에, 그 문장에 역사하고. 

 

 그 회전초 속에, 결코 무작위가 아닌 방식으로 그 여자가 고정해 놓은 새빨갛게 조그마한 날개들을 보고 필은 처음에는 그 날개의 재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내 날카로운 눈으로 속임수 아래 감춰진 진짜 형태와 색을 간파했다. 그것은 넓적하고 끝이 뾰족한 잎에 달린 지저분한 핏빛 식물, 말 목초지의 울타리를 따라 무성하게 자라다가 건조한 겨울이 되면 색이 더욱 검붉어지는 그 풀이었다. 그 여자는 분명 그 풀의 검붉은 잎을 물에 담가 색을 엷게 뺐을 것이다. 인디언들이 그 잎으로 진홍색 염료를 만든다는 이야길 필은 어디서 듣거나 읽은 적이 있었다. 빨간 풀잎은 물기가 마르는 사이에 뾰족한 잎끝이 맵시 있게 둥글려져 있었다. 손으로 잡아 찢은 그 잎들이 이제 회전초의 안쪽 가지 하나하나에 선홍색 벌새처럼 앙증맞게 앉아 있었다. 맙소사. 필은 생각했다. 이거 진짜 위험한 여자 아니야! 그는 뒤로 물러서서 더 자세히 보려고 미간을 찡그렸다. 그의 상상력은 기민했다. 하늘의 몽실몽실한 구름에서 그는 웃는 얼굴과 찌푸린 얼굴을 곧잘 보았고 가끔은 겁에 질린 얼굴도 보았으며, 바람은 그를 위해 노래하는 허밍 소리였다. 자연 현상을 배열하여 오감을 뒤흔드는 하나의 유형으로 탈바꿈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필의 재능이었다. 그 재능 덕분에 그는 덕분에 그는 남몰래 '언덕 자락의 개'로 여기는 형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로즈의 재능을 알아차린 필이 그를 가장 혐오했다는 것. 로즈의 남편의 죽음과 필의 관계, 원주민과 유대인과의 교류 등 삭제가 적진 않았지만 근래 보기 드물게 원작보다 더 좋았던 영화였다. 무엇보다 필에 대한 기묘한 동경이 내내 서려있던 원작보다 한없는 냉소로 그를 대하는 감독의 태도가 정말이지 좋아서. 영화 내내 이런 남자들이란ㅋ, 이라는 연출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모님께 하도 미친 사람처럼  The Power of the Dog 이야기를 해서 그 영화인가? 싶었는데 밤 근무가 끝나자마자 실려간 영화관의 규모를 보고 아님을 깨달음. 이유는 이유인터라 모님이 Cumberbatch 나올 때마다 열심히 깨워주셨지만 앞편도 안 봤고 전날 일도 힘들어 내용을 평가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졸았음; 어쨌든 아동 청소년 영화에서 힘을 가진 어른은 개썅놈이란 결론은 늘 매한가지고, 한 이백 번쯤 여성과 아이들의 상처입은 외양을 아름답게 부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것 같고. 소문 무성한 배우들도 대충 다 갖다 쓰는 판이다 보니 별 할 말은 없지만 - Garfield 행복해보이니 됐다 - 여전히 나는 상처입은 청소년이 책임져야 하는 세계에는 흰 눈이라. 그들이 괜찮다고 이야기할지라도 그 괜찮지 않음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이 맡아야함이 지당함. 정말 끝까지 내 속을 뒤집는 시리즈였음.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 뒤척였다.

모님의 일일연재를 따라가다 올 초 쯤 현 일상이 너무 힘들어 잠시 쉬었는데. 오랜만에 로그인한 사이트에서 그 사이 쌓인 연재분의 나날과 편수, 그 사이에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 가시적으로 보여 정말이지;_;

 

내 마음대로의 투표를 끝마치고 생각했다. 결국 나아간다는 것은 의심과 고뇌를 딛고 생성된 문장의 끝맺음과 마침표로구나, 하고.

어떤 기억은 잔인하고, 어떤 기억은 무척이나 행복하다. 재즈나 샹송, 판소리가 늘 흐르던 집안. 조부의 정갈한 글씨가 흘려진 일본어 노트, 각지에서 들어온 여러 언어의 책과 곳곳에 쌓여있던 도면과 블루 프린트, 몇번이나 판이 튀던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Misty. 각도기와 도자, 컴퍼스와 원형틀로 도면들의 뒷장에 내 방과 가구의 투시도를 끄적끄적 그려내다, 아궁이에 다 쓴 이면지를 밀어넣으며 희뿌연 먼지연기 위로 손가락 그림을 덧그리곤 했다.

한없이 고소했던 세피아빛 나날.


세계가 넓어진 이후에야 우리는 기존 세계의 가학성을 알게 된다.

 

우리의 응시를 받으며 영원한 과거에 머물러있는 별들.

 

이 길의 불안감을 알고도 사지를 불러온 사자에게 Is it done? 이라고 물을 수 있는 순진함. 하나의 행성을 지배하는 공작의 기이하게도 소년같은, 연약한 면모가 언제나 나를 고개 돌리게 하고.

저는 언제나 내외부가 불균형한 인물들에게 끌린다는 이야기를 했었지요.

 

확실하게 생각한 것들에 대한 실제의 직면이 너무나 떨어져 이래저래 골치아픈 일들이 있지만. 그래도 직장에 비하면 이 모든 일들은 소소한 취미의 귀찮음이라 여겨져 별반 화가 나지도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다.

계속 어딘가 화가 나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스파이더맨의 새 예고편을 스칠 때마다 생각하곤 했다. 여전히 저 세계는 누구도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구나. 터놓고 이야기한 뒤 나는 못해요 잘해요 몇 마디면 해결될 일을 전지구적 문제로 키우고.

이제 저 세계가 우리와 같은 지구라는 정체성은 상당히 흐려진듯.


근거리 지인으로 오래 함께 했던 동료가 한국을 떠나며 건조기를 주고 갔다.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면 뭐, 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이상스레 느껴질만큼 모든 빨래 후 건조에 잘 적용하고 있는 중. 무엇보다 두껍고 포근포근한 수건을 - 크고 얇은 수건에 대한 내 믿음이 굳건하기에 단 한 장 밖에 없는 - 가뿐히 꺼내어 쓰고 또 말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

재학 내내 외부장학금을 받았기에 해당 기업의 이름으로 몇번의 봉사활동을 했고, 반강요였지만 감사편지도 쓰고; 그렇기에 그 기업의 로고가 박힌 수건이라던가 티셔츠, 텀블러 따위가 아직도 발견되며 여전히 잘 쓰고 있다. 자회사인 호텔의 유명세가 있는 기업이라 그런가, 이런 소품들의 품질이 좋아 몇번 이용해본 적도 없는 해당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쓸데없이 좋은 편.

남자가 두고 간 안경이 무척이나 작고 가벼워, 몇번 걸치다 보니 어느새 내 것이 되어버린.

너는 이 년 전 네가 두고 간 안경을 기억할까?

나는 현지 친구에게 맡겼던, 하지만 그 친구가 이사하는 도중 잃어버리고 말았다던 작은 상자 속 내 물건을 모두 기억해. 110v 타코야키용 팬, 무척이나 효과가 좋았던 하수구 세척제, 오렌지빛이 두드러지던 드레스, 챙이 넓은 모자, 뿌리의 원작 소설과 오에 겐자부로의 인생의 친척. 그리고 네가 준 여섯 통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