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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여전히 몸을 쥐어 흔드는 것이므로.

언젠가 내가 노트를 남기지 않고 블로깅을 하는 이유인 디지털 매체의 휘발성에 대해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 필름과 디지털의 과도기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 영상 작업을 할 때도 지겹게 느꼈지만 의외로 형태가 있는 것을 처분하기는 정말 쉽지 않아서.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에서 훔친 필름을 몇십년이나 짊어지고 도망다녔던 이처럼 언제든 버릴 수 있다는 마음과 그에 얽힌 신념은 오히려 그들을 간직하게 되는 족쇄 역할을 하고.

디지털은 아주 쉽게, 우리가 각오할 사이도 없이 사라지곤 하여. 그가 무상하고, 가볍고 또한 헛되지.

뭔가를 쓰지만 출판엔 관심이 없는 이유인 그 사라짐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기나긴 저장매체로써의 영속성은 글쎄. 허나 한편으로 대량생산의 시대가 저물고 쓰레기와 환경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작금엔 소유 자체가 죄가 되는 경우도 너무 많지.

그리고 영원을 꿈꾸는 자들이 멀리 실려온 나무에 자신의 어휘와 문장을 새기고. 그가 어떠한 가치를 지니든 우리는 그 인쇄물에 우선 경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