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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의 판소리 행보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 LP가 가장 어울리는 매체가 아닐까 싶고 - 개 중 정말 굉장한 목소리, 라 생각했던.

여전히 택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나는 절반쯤의 미움과 나머지 절반쯤의 해탈을 내려놓고.

간만의 휴일, 아침 일찍 용산가족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줄을 서 어느 전시의 입장을 기다리고 오늘따라 사람이 많네, 라는 생각에 문화의 요일이라는 사실을 수근수근 엿듣고 전시도 나쁘지 않았지만 근처 한글박물관의 동선과 사물배치가 정말 재밌다는 생각을 하다 에코마일리지로 받은 도서상품권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프랑스 요리의 기술과 일판 무하 화집을 구매하고 왜 이렇게 지하철에 사람이 많지? 의아해하다 다시 도란도란 파업 소식을 듣고 나온 김에, 라는 생각에 군포에서 모님께 무언가를 전달해드리고 인파로 가득한 지하철에 되려 지쳐 끝의 끝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두를 위해 불편해지기.

바람은 차고 손은 시리고 머리카락은 얼고 마스크 안에 고인 입김으로 습해진 뺨이 또 싫고도 무척 좋아서. 겨울이구나, 하고. 마침내.

Julia Child는 정말이지 좋죠, 내 마음의 이데아.

언젠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데아란 절대 닿을 리 없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그러나 그 거리를 좁힐 의지가 전혀 없는 대상을 향한 나의 질시와 경의를 그럴 듯하게 표현하는 언어가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