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누구도 누군가를 탓할 수 없는.

생각해보면 내 지난 연애는 언제나 상대를 향해 매몰되는 깊고 깊은 과정이어서.

나이차가 나는 사람과 오래 만났고,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알았지만 자라나는 시간을 체감할 수 있는 내 또래와의 경험은 백지처럼 비어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한쪽의 나이가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연애를 염려한다. 나이가 든 쪽이 이미 겪은 경험을 나이가 어린 쪽은 전혀 알지 못한채- 연륜을 지닌 쪽이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만끽하는 동안 쌓은 시간이 적은 이들은 내 것일 수 있는 시절을 고스란히 빼앗기는 것이므로. 그 대가가 무엇이든.

여전히 나는 어른스럽다, 가 칭찬이라 믿지 않는다. 나이먹은 쪽이 이용해먹기 쉽다, 의 유사어 같기에.

기질상 투자가가 되긴 그른 듯도. 기프티콘 등의 유가증권을 지닌 것을 한 순간도 참을 수 없어하며 환금하는 것을 생각하면.

종이컵에 담긴 향이 짙은 커피는 이따금 연어 맛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