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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서로에게 다정하기.

헤드폰을 좋아하기에 가을부터는 늘 한몸처럼 지내고 이래저래 사거나 얻은 기기들도 많은 편인데. 맥스 하고 나간 날에는 세상이 빨리 피로해짐. 정말 이 기기 왜 이렇게 디자인하고 무게 설정하고 이 가격에 팔 생각을 했는지.

글을 쓰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인천에 다녀왔다. 개항박물관과 문학박물관이 휴관이라는 사실에 조금 울적해했고 유에빙이 여전히 내 입맛과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인천 바다의 시원함에 설레어하다,

책상을 가운데 두고 너와 마주 앉아 있던 어느 겨울의 기억. 학교의 난방시설이 온통 고장 나는 바람에 입을 열면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저녁의 교실. 네가 숨을 쉴 때마다 그것이 퍼져가는 모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뻤다는 생각. 뭘 보느냐고 네가 묻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몰라 너, 라고 대답하고 말았던 그날.

이라는 시인의 싯구가 적힌 벽사진을 전달하며 네가 생각났어. 라는 문자를 보내고 그 답장을 기다리며 1호선을 타고 돌아왔다. 너무 추워 이마가 얼 것 같다고 생각했던 시간.

여전히 음식 사진을 아름답게 찍는 이를 사모한다.

주변인들의 불붙음에 나도 볕이나 쬐어볼까 하다 뒷걸음으로 조심조심 나왔던. 올드스쿨의 저는 아직도 손이 닿기 직전의 간질간질함을 좋아하기에 고대 그리스적 혹은 물성 중심의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