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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자주 생각했다.

넷에 본인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오래 이해 못하는 편이었는데 - 몰이해와 반대의 궤는 다르다 - 내가 글을 올리는 것처럼 공들여 가꾸고 노력하여 일궈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자 일종의 이력서이자 포트폴리오로 여겨지는 중.

어떤 글은 단지 읽는 것만으로 독이 된다. 당연하게도.

조부가 내게 심은 아비투스는 언어였다. 기반없는 아비투스는 언제나 알고있지만 손닿지 않은 사치품에 불과했다. 인지하고 있지만 절대 얻을 수 없는.

오래된 이야기를 해보자. 별로 꺼낼 기회가 없던.

조부의 죽음 이후 아무도 날 맡고 싶지 않아 했을 때 - 이제 어른이 된 나는 그 마음을 바닥까지 이해한다 - 먼 친척이라는 사람이 나타났다. 내 언어를 마음에 들어했고 내 얼굴에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았으며 그저 자신들은 아이가 없어 내가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약간 흥분한 기색이었지만 여자분은 친절했고 도쿄라는 장소가 주는 막연한 고양감도 있었다. 따라갈까, 생각했던 어느 시간 나와 그분의 배우자 둘만이 남아있던 자리에서 그 사람은 내 학교 성적을 물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내 가슴을 만졌다. 너무나 당연하여 굳이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흐르지만 그 시간에 얽힌 기억은 아주 천천히 삭혀 문드러진다. 이 사람들을 따라가면 내게 무슨 일이 생길까. 그 어떤 연고도 보호자도 없던 내게도 상상력은 있었다. 나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특기 장학생이 되었다. 열넷부터 내 이름으로 돈을 벌었고 열일곱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수없는 추행과 돈 떼임과 추가 근무 이후 지친 몸으로 곰팡이 냄새 물씬한 내 방으로 돌아오며.

죽고 싶었지만 그만큼 살 이유를 찾아 헤맨 젊은 날을 지나쳐 조금쯤은 혼자의 안정에 접어든 중년에 이르러서야 간신히 생각한다. 그나마 조부가 간접적으로 부여한 취향과 교육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곳에 다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또한 알고 있는 그 이상에 영원히 닿지 못하는 이 현실이 온전한 나의 것이라고.

그렇기에 이해하는 것들이 있다. 지나치게 일찍 가정을 만드는 이들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우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을. 나는 그들이 사는 감옥과 그 감옥을 벗어난 지옥을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무감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조부가 내게 올곧게 내려준 애정은 내가 경험한 적 없던 법적 보호자로부터의 관심과 물질적 지원을 질투가 아닌 일종의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타인의 가족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세상 모든 이들이 안전하길 바란다,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