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답고, 흔들리고, 다시 그 흔들림 위에 마음을 굳히고.
심야로 영화를 보고 장면 하나하나를 복기하며 아무도 없는 길을 Pray for me와 함께 페달로 나아가는데. 그 무게가 얼마나 가볍고 자유롭게 느껴지던지.
21세기의 회화는 애니메이션에서 비롯됨을 오래 주장해온 만큼의 기가 막힌 영상과 배우들의 호연 - 코크니 사투리를 쓰는 아나키스트 Hobbie;_; 척 컨버스를 신은 Gwen;_; - 과 각 세계의 독점적인 음향효과들.
이번 스파이더맨이 전달해준 가장 강렬한 감각은 활강.

영화는 아주 좋지도 그다지 나쁘지도 않은 고색창연한 롱굿바이였으나.
둥근 이마와 그 이마의 짙푸른 모반마저 기가 막히게 내 취향이라서.

이제 너무 유명한 전시는 안갈듯. 작품보다 스스로를 전시하는 것에 더 정신이 팔린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꼰대가 되어.
영화관에서도 대놓고 크레딧 찍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여러번 기함했고.
내가 지금까지 꽤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본 것 - 나쁘지 않은 기기와 많은 것이 채워지지 않은, 비움이 있는 환경 - 이 정돈되지 않은 라이브를 즐기지 않는 이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새삼.
반백 년 동안 유행한 장르에 인생의 몇할을 배분하다 보니 이벤트나 굿즈에 그다지 집착하게 않게 되었고.
인공지능이 자료를 모으는 방식은 이해하나 그 자료를 기반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에 대한 기준은 정말 필요하지 않을까. 창조조차 일종의 패턴으로 알고리즘된 세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 생각되는 것조차 몇천, 몇억 개의 가능성 하나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피와 살을 지닌, 어딘가의 육체가 만들 확률 중 하나를 건져오는.
심고를 통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닌, 그 속도와 전산능력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빌려오는 것임을 언제나 유념해야 하잖을까 싶고.





전혀 연관되지 않는 인과의 표현이 최상급의 강조 중 하나로 쓰이는 것이 나는 언제나 흥미롭고.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
수공으로 만들어진 섬세한 크림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대기업의 품질체크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의 안전함과 일정 정도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당사자가 표현하는 자조가 아니라면 왜, 누구를 위한 취향의 고저를 따져야 한단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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