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감기가 머무른 자리.

지난 삼 년간 아프지 않았던 것이 기이할 정도로 지난 사흘간 호되게 앓았다. 연휴 중간에 출근을 두어 번 했고 쉰 목소리의 연유를 묻는 누군가에게 답변 없이 흐리게 웃곤 했다.

눈물 만큼 콧물을 흘리고 젖은 기침을 하고. 코로나가 아님을 몇번이나 재확인하다 쉴 수 있는 날에는 하루 스무 시간쯤 자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월.

형태를 지닌 바람이 부드럽게 머리를 어루만지는 계절.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반야심경.

호르몬에 문제가 있는 나는 문자 그대로 언제나 몸이 몸을 소화할 기회를 엿보는 중으로, 몇끼만 걸러도 몇 킬로 쯤은 금방 사라지곤 하여 자주 피로해보이고 이따금은 못견디게 아파보인다. 그게 싫어 근육을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도 한데. 무거운 걸 먹은 날엔 나도 오킬로쯤 뛰어, 내 변명같은 말에 그래도 정도 이상 찐 적 없잖아, 라는 문장이 돌아올 때면 생각하게 된다. 잠자리에서 눈을 감을 때조차 초시계를 떠올렸던, 그 숨가쁘게 격렬했던 십대의 나날이 내게 남겨준 나이테를.

푹 쉬셨길, 그리고 어디서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가을의 길목에 접어들면 이 영화를 본다. 이상하리만큼 달고 허망한 영화지만 각자의 역할을 하는 세 명의 일본 배우가 너무나 좋아서.

-내가 부산이 아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