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

아름다운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은 흘러 넘치고도.

그래도 책을 읽었고 간간히 글을 썼고 이백 년 분량의 화를 냈고 매일 짜증을 내고 그만큼의 울화를 삼키며. 고맙지만 나 지금 너무 울 것 같아, 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젖어가는 눈동자를 보며 Take your time, 이라 간신히 속삭이고.

그 마음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어느샌가 흘러내리는 땀방울까지 타성에 젖어.

그래도 한 해의 끝은 또 다시 오고.

소리에 대한 꼰대니스를 거두지 않는 나는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음악을 거슬려 하여 얼굴을 본다, 는 확고한 목적이 아니면 콘서트를 찾지 않고 와이어리스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저음이 강하네 고음이 어쩌네 소리를 들으면 그냥 웃기고 전도체에 따라 달라지는 주파는 분명히 있겠지만 그 차이가 인간의 가청영역인가를 생각하면 그냥 쌉쏘리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대충 줄 이어폰에 적당히 인코딩된 음악 파일을 재생하며 대다수 유튜브 음악-영상의 어디가 기준인지 알 수 없는 튜닝과 조율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에 시간과 자본을 둘 것인가, 하고.